내겐 너무 소중한 '캡틴아메리카'

[그 기자의 '좋아요'] 조형국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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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국 경향신문 기자

I could do this all day.
휘청이는 두 다리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겨워 보이는 사내가 천근만근 두 팔을 턱 앞으로 당기며 읊조렸다.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시선 끝에 선 상대방이 “마지막 경고”라고 한 데 내놓은 답은 단호했다. 깊이를 가늠키 어려운 고집을 마주하는 토니 스타크의 절망감, 마지막 힘까지 짜내 주먹을 뻗는 스티브 로저스의 사명감이 교차할 때 이미 승부는 판가름 난 것 같았다.


(평범한 인간과 비교하면 무지막지하지만) 심하게 말하면 ‘캡틴아메리카’는 힘세고 유달리 건강한 사람이다. 장작을 맨손으로 찢는 괴력도 자동차를 맨손으로 구기는 헐크 앞에서는 초라하고, 자동차를 따라잡는 달리기도 지하철을 앞질러 수백명을 구하는 퀵실버 앞에서는 민망한 수준이다. 상공의 헬기에서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부하들을 놀라게 하지만, 아이언맨은 그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특별할 게 없는 히어로지만, 나는 그를 너무 좋아한다. 티셔츠부터 방패 모양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가습기, 퍼즐, 볼펜, 노트, 인형과 피규어 몇 개, 파일 폴더까지 그와 관련된 것은 어지간하면 모았다. 파랗고 빨간 원색적 디자인 탓에 집 인테리어에 녹아들지 못하고 서재 한 구석에 쳐박혀있지만.


금상욱은 “달팽이는 느리지만 뒤로는 가지 않는다”고 노래했다. (캡틴에 대한 평가를 두고 뜨거운 논란이 있지만) 내가 캡틴에 그토록 빠져든 이유는 그의 끈기에서 느낀 동질감 때문이다. ‘총명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는 일찍이 버티는 데서 경쟁력을 찾았다. 세간에 오르내리는 성공사례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우리는 모두 ‘나도 되네?’ 정도의 작은 성과들을 자주 때로는 종종 이루며 산다. 그 성과들이 갖는 힘은(위로에 그칠지언정) 결코 작지 않다.


요즘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끈기 있게 달려들어야 할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다. 한때 내 고민은 어떻게 현장의 목소리에 소홀하지 않을지, 보도자료 이면을 뒤집어 볼 수 있을지, 더 많은 자료를 찾고 충분히 공부할 수 있을지였는데 요즘은 어떻게 독자들이 찾는 기사, 필요한 기사를 쓰고 그걸 잘 유통시킬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캡틴은 아마 “좋은 기사는 많이 읽힌다”고 답할 것 같은데…. 나는 ‘I could do this all day’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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