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 겪을 때도 티내지 않고 늘 씩씩했는데…

故김진 조선일보 기자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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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조선일보에 첫 출근한 날, 진이 모습이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얼굴에서 환하게 빛이 나고, 잘 웃는 친구였습니다. 워낙 잘 웃어서 옆에 있는 사람까지 같이 웃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년 동안 진이는 참 바쁘게 지냈습니다. 법조, 산업부 등 여러 부서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일 욕심이 많아서 단독 기사도 많이 썼고, 취재원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습니다.


지난해 연수를 준비하면서도 들떠 있던 진이 생각이 납니다. 미국에 가서 자동차 산업에 대해 살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기자 일을 좋아했고, 늘 더 잘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진이는 티 내지 않고, 늘 씩씩했습니다. 그런 고민들을 같이 더 많이 나눠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서로 바빠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동기들이 모일 때면 환하게 웃는 얼굴은 입사했을 때랑 똑같았습니다. 진이는 나이를 안 먹나 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저희 동기들 중에서 진이가 제일 먼저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진이가 좋아했던 일을 더 오래 하지 못하고 이렇게 일찍 우리 곁을 떠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금방 나아서, 다시 밝게 웃으면서 회사에 출근할 줄만 알았습니다.


누구나 다 세상을 떠난다지만, 서른 일곱 진이가 벌써 우리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 동료와 선후배들이 오랫동안 진이를 기억할 것입니다. 진이가 아름답고 빛나는 곳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연주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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