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부터 진화과학까지 좀 더 깊고 진지한 시선으로"

동물 전문 매체 한겨레 '애니멀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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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없어 진짜 사람들 고양이(강아지) 다 있고 나만 없어.’ 온라인에서 한때 유행같이 번진 이 문장처럼 한국의 반려 인구는 어느덧 1000만명에 이르렀다. 반려인들이 SNS 등에 올린 강아지와 고양이의 귀엽고 친근한 사진과 영상은 ‘힐링’의 한 방법이 됐고, 자연스레 ‘동물’은 언론사에서도 주요한 콘텐츠가 됐다. 너도나도 동물 콘텐츠를 소화하는 이때, 조금 더 폭넓게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등장했다. 지난달 28일 창간한 한겨레 ‘애니멀피플’이다.


‘애니멀러빙피플’을 축약해 이름을 지은 ‘애니멀피플’은 지난 4월부터 남종영 기자가 제안하고 준비한 동물 전문 매체다. 남 기자를 비롯해 이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신소윤, 최우리 기자, 그리고 한국의 1세대 환경전문기자인 조홍섭 기자까지 ‘동물뉴스룸’의 일원으로 뛰고 있다. 남 기자는 “한겨레는 1990년대 ‘이곳만은 지키자’ ‘습지가 사라진다’ 등 불세출의 시리즈를 연재한 이후 환경 웹진 ‘물바람숲’과 일간지에 ‘생명면’을 탄생시키는 등 동물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여러 시도를 했다”며 “한겨레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동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겨레 ‘애니멀피플’팀이 지난 1일 한겨레 사옥 6층 정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최우리, 조홍섭, 신소윤, 남종영 기자.

이들이 생각하는 동물은 단순히 포유류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곁의 반려동물에서 농장동물, 야생동물까지 확장되고 더 나아가 인간과 동물, 생태와 진화까지 고민한다. 이들이 소개하는 것처럼 ‘반려견의 일상부터 고향으로 돌아간 돌고래의 꿈, 매머드의 털을 쥔 과학자의 이야기’까지 다루는 식이다. 남 기자는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부터 진지한 진화과학까지 다루는 게 목표”라며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도 “한 번 미소 짓거나 웃거나 슬프거나 하는 단편적인 감정을 느끼는 콘텐츠가 아니라 그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 깊이 있는 기사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이 약 일주일간 선보인 콘텐츠만 봐도 방향이 보인다. ‘애니멀피플’은 창간 기획으로 개고기 기사를 선보였다. 단순히 찬반 프레임을 보여주는 기사가 아니라 개 농장의 사육장치, 식용견의 생명권, 농민의 생존권, 개고기 산업의 작동 방식을 함께 다루는 기사다. 최우리 기자는 “한국 사회에서 동물과 관련해 판단할 수 있는 가치들 중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개고기라고 생각했다”며 “다양한 관점에서 이 문제를 철학적으로 접근할 생각이다. 내년 복날까지 1년 프로젝트로 기사를 쓸 것”이라고 했다.


창간 날엔 의미 있는 단독 기사도 나왔다. ‘애니멀피플’ 필진인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이 며칠 동안 잠복해 건진, 새만금에 살고 있는 홍학 사진이다. 조홍섭 기자는 “윤순영 이사장은 ‘물바람숲’ 때부터 한겨레에 글을 쓰며 ‘준’ 기자가 된 분”이라며 “애니멀피플에서도 윤 이사장처럼 시민기자를 키우려 한다. 동물은 모두 현장에 있기 때문에 시민기자들과 함께 참여 저널리즘 형태로 애니멀피플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포부는 다양하지만 이들이 꿈꾸는 것은 단순하다. ‘애니멀피플’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최고의 동물 전문 매체가 되는 것이다. 남 기자는 “한국의 동물이나 환경 정책을 연구할 때 참고해야 하는 매체가 되고 싶다”며 “대중도 동물에 대해 알려면 꼭 봐야 하는 매체가 되는 게 목표다. 동물 분야에서 저널리즘 가치를 실현하며 가겠다”고 밝혔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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