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는 다른 내일의 MBC를 기대하며

[그 기자의 '좋아요'] 김완 한겨레21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김완 한겨레21 기자

내겐 단 하나의 프로 <무한도전>


진심으로 기꺼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웃기고 까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세상을 말할 수 있음이 가끔 속절없이 부러웠다. 그 천부적인 재능, 매주 그걸 보는 건 종종 미묘한 일이었다. 하지만 줄곧 압도됐다. 동시대에 가장 축복받은 연출자가 최상의 출연진들과 함께 그야말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는 걸 이렇게 편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오래 관람할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나는 그 프로그램과 함께 한 세월을 보냈고, 이제는 늙어버린 그들과 함께 여전한 세월을 살고 있다.


그 어떤 말을 갖다 붙여도 상투적일 내 단 하나의 프로그램. 결혼 8년차 일주일을 닫는 주말 밤 우리 부부의 의식은 항상 같다. <무한도전> VOD 다시보기. 1년여 전쯤 <무한도전>에 관한 글을 쓰며 <무한도전>은 어떤 세대들에게 ‘이번 주는 필연적으로 다음 주로 넘어간다는 변하지 않는 점진성의 여러 증거들 가운데 하나’라고 썼는데, 적어도 내게는 여전히 그러하다. 2014년 MBC 연예대상을 받은 유재석은 울먹이며 “<무한도전>을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는데, 나 역시 그런 감정을 종종 느꼈다. 슬프고 어이없었던 시대에 그나마 <무한도전>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2006년 4월,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의 첫 회는 소 끌기 대결이었다. 별다를 것 없는 익숙한 체력전의 유머 코드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미 누가 우리를 쳐다봐주고 있는지, 모자란 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는 이들이 무얼 원하는지를 영민하게 짚어왔다. 내려놓음으로써 우뚝 설수 있던 이 프로그램이 이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무한도전>은 현존하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의 원형이거나 혹은 변형이다.


물론, 지금의 <무한도전>은 과거 최고의 영광에 있던 시절만큼 반짝반짝하거나 폭발적이지 않다. 몇몇 에피소드들은 극히 실망스러웠고, 너무 짙은 자기복제 혐의를 받기도 했다. 쇼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늘어가는 PPL도 시청을 방해하는 수준까지 늘어 오히려 쇼를 쪼그라들게 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은 공영방송이 몰락한 현실을 분투처럼 삼켜야 할 때, 늘 위안이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내일의 MBC가 지금의 MBC가 아닐 것을 믿으며, 쇼여 영원하라.


김완 한겨레21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