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차 이상 PD 63명 "KBS정상화 위해 후배들과 함께 한다"

기자·PD·기술직군 등 성명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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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4월 이전 입사한 고참급 KBS PD 63명이 18일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공영방송 정상화에 앞장서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모든 투쟁을 후배들과 함께 할 것이라며 반개혁 세력을 끝까지 가려내어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63명의 KBS PD들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성명을 올리며 “KBS개혁을 막는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작금의 상황이 19904월을 떠오르게 한다“‘권력의 손에서 국민의 품으로라는 당시의 구호가 언젠가는 실현되는 듯 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민주화가 역행하리라 경계하지 않았던 안이함 때문인지 모른다. KBS독립을 담보하는 제도적 보완을 이뤄내지 못한 나태함 때문인지 모른다공영방송의 역할을 무시한 KBS는 이제 존재마저 시청자들에게서 지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00개가 넘는 언론시민단체가 모인 'KBS, MBC정상화 시민행동'과 KBS 구성원 등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 모여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행사를 연 모습.(언론노조)

 

이들 고참 PD가 말하는 19904월은 KBS 구성원들이 노태우 정권의 낙하산 사장 임명에 반대해 36일 간 파업을 했던 때를 말한다. 당시 투쟁에 참여한 이들 PD“90년 방송민주화 투쟁은 사장 교체로 막을 내렸지만 이로부터 KBS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면서 “904월 방송민주화 투쟁이 876월 민주대항쟁이 준 과실이라면, 이번은 광장의 촛불시민들이 만들어준 선물이라고 할까라고 설명했다.

 

KBS PD들은 우리는 이런 결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까지 KBS구성원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렇다늦었지만 촛불의 명령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는 고대영 체제를 옹호하는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명령불복종이든 제작거부든 가능한 모든 투쟁을 후배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개혁 세력을 끝까지 가려내어 응징할 것이라며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되찾는 그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KBS 기자협회는 기자총회를 거쳐 고대영 사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와 잡포스팅 거부를 결의했다. 516명의 KBS 본사 및 전국 기자들 역시 같은 요구를 밝힌 바 있다. KBS PD협회는 임원 인사에 응한 PD출신 본부장 등을 협회에서 제명조치 한 바 있다.

 

한편 KBS 사내 인프라넷에는 이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KBS 노조 교양기제 구역 성명에 이어 촬영기자, 라디오PD, 방송기술(네트워크 구역) 조합원들도 성명을 내고 사장 퇴진과 결의를 드러내고 있다.

 

아래는 성명 전문.

  

1. 904월 이전 입사PD 성명 - KBS 개혁을 막는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KBS 개혁을 막는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분노와 열망이 담긴 글들이 코비스를 달구고 있습니다. 광장에서 시작된 변화의 물결이 어느새 KBS 처마 밑에서 넘실대고 있습니다. 이 도도한 흐름을 누구도 거스를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왜곡된 체제를 존속시키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부당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세력들이 여전히 반성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작금의 상황이 19904월을 떠오르게 합니다.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지켜오던 사장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교체하려는 노태우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에 맞서 36일간 싸웠던 일 말입니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통폐합 된 구성원들의 이질성을 고려하면 KBS 최초의 대단한 투쟁이었습니다. 그 시절 일정 정도 독립성과 이를 지키려는 904월 방송민주화 투쟁이 876월 민주대항쟁이 준 과실이라면, 이번은 광장의 촛불시민들이 만들어 준 선물이라고 할까요.

 

90년 방송민주화 투쟁은 사장 교체로 막을 내렸지만 이로부터 KBS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아마 더 많은 구성원들이 KBS의 역할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고, 제작 자율성과 의사결정의 민주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독립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었고, ‘권력의 손에서 국민의 품으로라는 당시의 구호가 언젠가는 실현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습니다. 민주화가 역행하리라 경계하지 않았던 안이함 때문인지 모릅니다. KBS독립을 담보하는 제도적 보완을 이뤄내지 못한 나태함 탓인지도 모릅니다. 직업윤리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얕잡아 본 문제일 수도 있겠지요.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듯 보이던 줄 세우기가 슬며시 고개를 쳐들고, 자리 사냥꾼들이 미끼를 무는 사이 공영방송의 책임은 그저 허망한 말로만 남았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내정된 자리에 허울뿐인 공모를 하고, 내외부의 청탁에 휘둘리며 무조건적인 복종을 담보로 한 자리 나누기가 노골적인 행태로 나타났습니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무시한 KBS는 이제 존재마저 시청자들에게서 지워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결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KBS 구성원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렇습니다.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쳤든, 얄팍한 당근에 현혹되었든, 소극적 저항에 만족했든, 인간관계 때문에 뿌리치지 못했든, 우리는 우리의 존재 이유를 적극적으로 지켜내지 못했으니까요.

 

늦었지만 촛불의 명령에 앞장서겠습니다. 촛불은 명령합니다, 공영방송 KBS의 역할을 되찾으라고. 늘 주인이었던 시청자, 국민들의 명령입니다. 선물을 받았습니다. 기회를 주었습니다. 이 기회를 수포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저희에게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 앞잡이들이 계속 설치게 놔둘 순 없습니다. 가슴깊이 묻어 두었던 분노를 담아 다음과 같이 투쟁할 것을 선언합니다.

 

하나. 우리는 고대영 체제를 옹호하는 어떤 세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 우리는 명령불복종이든 제작거부든 가능한 모든 투쟁을 후배들과 함께 할 것이다

gk. 우리는 반개혁 세력을 끝까지 가려내어 응징할 것이다.

하나. 우리는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되찾는 그 날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904월 이전 입사 PD

 

강대택 강민부 강영원 강원호 경기수 공용철 곽삼수 곽한범 권오석 구중회 국순엽 국은주 김광호 김기표 김덕재 김동훈 김명우 김무관 김영묵 김영한 김영환 김인호 김창범 김학순 나혜경 류호석 문정근 민승식 박상조 박일성 박정옥 박종성 박형로 방성룡 설상환 성수일 소상윤 송대원 심상구 안정균 양승동 연규완 오강선 우종택 윤한용 어수선 은희각 이강택 이금보 이도경 이만천 이상운 이상출 이석진 이완희 이용우 이은미 임혜선 장영주 장충순 정동희 최공섭 최태엽 한상길 허태원 홍성협 황용호

 

2. 방송기술 네트워크 구역 성명서

 

뿌리깊은 나무는

 

땅을 갈라놓는 가뭄을

 

대지를 녹일듯한 더움을

 

몸통을 흔드는 바람을 이겨내

 

결국

 

과실을 품어 냅니다.

 

 

지금 우리가 품어야 할 것은

 

잃어버린 신뢰를 찾고자 하는 철저한 자기반성입니다.

 

고봉순을 외치고 KBS로고를 보며 손을

 

흔들어주던 사람들이 이젠 우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바라보지 않는 KBS는 어디로 갈까요?

 

누구도 공영방송의 가치를 선한의지로 우리에게 공짜로 주진 않습니다.

 

들으려 하지 않는 귀, 보려 하지 않는 눈, 의지에 반한 혀는 더 이상 필요치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를 책임질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실천은 생각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책임질 준비에서 나옵니다

 

미지근한 물은 바람개비를 돌리지 못합니다.

 

오직 끓는 물만이 증기가 되어 바람개비를 돌립니다

 

우리는 누구의 바람개비이고 어디를 향해 불고 있습니까?

 

단결만이 우리를 우리가 지켜줍니다

 

이젠 냉소와 무관심에 익숙한 늘어진 어깨를 펴고

 

KBS를 집어삼킨 비상식의 상식화를 벗겨내고

 

두 주먹을 쥐고 연대의 어깨동무를 같이하려 합니다.

 

우리는 이인호 이사장과 고대영 사장 퇴진에 동참할 것이며, 강력히 행동할 것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네트워크 기술구역

 

강남욱, 곽명석, 김용덕, 김재만, 박은지, 이강배, 이택순, 장환영, 조성래, 최재현, 황보영근

 

 

3. 라디오PD 성명서

 

 

<라디오 피디 결의문> 반복되던 우리의 하루, 완전히 날려 버리겠다!

 

Ring the bells that still can ring (...)

 

There is a crack,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레너드 코헨 )

 

 

시인이자 가수인 레너드 코헨의 노래 가사 중에서 유난히 우리 귀에, 마음에 꽂히는 대목이다. “아직 소리를 낼 수 있는 벨을 눌러 (...) 모든 것엔 균열이 있어. 그래서 빛이 들어오는 거야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이 회사, 기간방송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며 우리가 다녀온

 

이 회사는 오랜 세월 편파보도, 권력에의 굴종, 사실 왜곡, 민심 왜곡, 다양성의 말살 등을 당하며 깊이 병들었고, 그 결과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그 속에서 라디오 또한

 

극우파적인 간부들에 의해 일상적인 간섭을 받았고 라디오 피디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국민의 이름으로, KBS를 그리고 KBS라디오를 국민에게 다시

 

돌리기 위해 벨을 누르겠다. 그것도 아주 큰 소리로. 온 국민이 들을 수 있게. 일시적으로 균열이 나고 파열음이 나도 그건 날빛을 맞이 하기 위한, 알을 깨는 아픔일 뿐이다.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이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빌 머레이가 모든 난관, 방해, 자기결함을 뚫고 결국 사랑에 성공할 때까지 그에게는

 

계속 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어찌 보면 지난 9년여의 시기도 하루하루 비슷한

 

불의, 비슷한 방해, 비슷한 모욕, 비슷한 비굴의 반복이었다. 그래, 이제 다시 또

 

부딪쳐 본다. 작은 틈이라도 내어 새로운 날빛이 들어 오도록.

 

 

우리는 다짐한다. 우리는 선언한다. 당신에게 권력은 있을지언정 권위도, 정당성도

 

그 어떤 명분도 없다. 우리는 고대영 사장과 그 친구들, 또 이인호 이사장의 사임까지

 

쉼 없이 소리 지르고 싸워 나가겠다.

 

 

2017817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라디오구역 조합원

 

강소연 강요한 구혜인 국은주 권예지 권채령 김강훈 김경정 김미영 김민정 김박

 

김새스라 김세원 김연미 김영동 김영종 김영한 김용호 김은비 김은지 김지연

 

김지연 (동명) 김정하 김창회 김형주 김호상 김홍범 김홍철 김휘연 민노형 민일홍

 

박수정 박영심 박용훈 박정연 박정유 박종성 박천기 배정옥 송윤선 서승표 안정균

 

오귀나 오수진 오아름 오하영 유기성 원미화 윤병준 윤성현 윤일영 이동우 이범석

 

이순령 이애리 이연희 이용우 이은미 이정윤 이주영 이진희 이진희 (동명) 이충언

 

이혁휘 임병석 장윤선 장효선 장지선 전순아 정유라 정일서 정현재 정혜진 지성찬

 

최봉현 최수아 최승화 최유빈 최정은 하석필 허보혜 허진이 현인철 홍순영 홍승철

 

홍아람 홍채의 황초아 황혁 (이상 89)

 

4. 보도영상구역 성명서 '모든 굴종의 요구를 거부한다'

 

새노조 보도영상구역 성명서

 

시국의 격변 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계절은 변하고 세상 만물이 무상한데 우리의 업무 공간인 KBS는 미풍조차 없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분노와 답답함을 느끼는 KBS인들, 본부노조 조합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11초가 지옥 같은 나날입니다.

 

 

우리의 고통은 나쁜 일, 올바르지 못한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데서 비롯됩니다.

 

승객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없도록 지시 받는 기사는 택시 운전대를 놓는 게 맞습니다.

 

아이에게 1 더하기 13이라고 잘못된 내용을 전달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된 선생은 분필을 잡지 않는 게 맞습니다.

 

 

우리가 카메라를 드는 이유는 진실을 기록하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카메라를 드는 이유는 사회정의에 기여하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써서 KBS 일원이 됐습니다.

 

진실을 기록할 수 없고 사회정의에 기여할 수 없기에 고통스럽고 괴로웠습니다.

 

 

이제 우리는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고자 합니다.

 

거짓과 부정의에 줄 서라, 너의 자율성과 양심의 자유를 나에게 내놓아라, 하는 모든 굴종의 요구를 거부할 것입니다.

 

 

우리는 분연히 저항할 것입니다.

 

우리의 저항은 억압과 부정에 대한 합당한 증오이자 반발입니다.

 

우리는 KBS가 국민과 정의의 품으로 돌아가는 그날을 열렬하게 염원하고 행동하는 모든 동지들과 손잡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보도영상구역 조합원

 

최진영 최경원 한규석 박준영 조현관 조용호 조승연 임현식

 

윤희진 윤성구 유현우 오광택 신동곤 신기호 송상엽 선상원 배정철

 

박진경 박인규 김휴동 김태현 김성현 김상민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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