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정상화는 아직 요원하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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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순간도 MBC 안팎에서는 김장겸 사장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언론적폐 청산을 위한 첫 걸음이다. MBC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공영방송이란 허울 뿐이었다.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권력의 입맛에 맞는 방송을 일삼으며 나팔수로 전락했다. 왜곡·편파 보도 속에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뉴스데스크는 ‘청와데스크’라는 비아냥을 받아야 했다. 200여명의 기자, PD, 아나운서가 자리에서 쫓겨났다. 바른 목소리를 내는 언론인들에게는 중징계와 해고만이 돌아왔고, 공영방송의 기본 책무조차 다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도 아직 달라진 건 없다. 낙하산을 타고 온 부역자들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내부 감시에만 열을 올리며 일방통행식으로 말과 글을 탄압하고 있다. 유튜브에 ‘반성문 동영상’을 올린 막내 기자에게는 징계가, 박소희 기자는 사옥 근처에 퇴진 요청 포스터를 붙였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요구받았다.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김장겸은 물러나라’ 퍼포먼스를 한 김민식 PD는 심의국으로 전보 조치됐고,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성명서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언론자유 회복에 목말라 있는 MBC 언론인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전면전에 나섰다. 전 지역에서 방송사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들끓어 올랐다. MBC본부가 지난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 응답자의 95.4%가 김장겸 사장의 사퇴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시사 등 방송의 독립과 공정성 훼손이 핵심 이유다. 그럼에도 임기보장과 방송독립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버티는 모습에 구성원들의 분노는 임계치를 넘어섰다. MBC기자협회를 포함해 43개 전국 MBC 직능단체와 노동조합은 ‘김장겸-고영주(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퇴진 MBC 비상행동’이라는 전국 단위 범 MBC 협의체를 결성해 투쟁강도를 올렸다.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처참하게 무너진 지금의 MBC를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다짐했다.


정치와 자본 권력에 대한 비판, 감시와 견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울림은 더 강하게 퍼져나간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조 등 213개 언론·시민단체가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을 발족했다. 이들은 “국민의 자산인 KBS·MBC가 다시는 권력에 의해 망가지지 않도록 견고한 민주적 시스템을 갖추고 공정보도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불어오는 바람은 KBS로도 전해졌다. KBS 13년차 이하 기자 273명은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KBS 이사장의 퇴진을 위한 총파업과 제작거부를 촉구하는 연명 성명을 냈다. 새롭게 투쟁에 나선 현장 방송인들을 지지하는 언론학자 125명도 김장겸 MBC 사장과 고대영 KBS 사장의 즉각 사퇴와 부당해고 언론인의 복직, 언론탄압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민중들이 자발적으로 광화문에 모인 촛불혁명으로 이끌어냈다. 공영방송 정상화도 그 맥을 같이한다. 언론계 내부에서부터 언론개혁의 성화가 피어올랐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경영진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다. 이제 시급한 건 언론자유와 독립을 회복하게 만드는 언론개혁이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등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했던 사안들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야 한다. 동시에 김장겸 사장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결단을 내릴 것을 거듭 촉구한다. 언제까지 공영방송의 암흑기를 지켜봐야만 하는가. 지금 이 순간조차도 너무 늦었음이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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