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예보와 오보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여름철 더 바쁜 기상전문기자들
변화무쌍한 날씨와 온종일 씨름
예측 어렵지만 정확한 예보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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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장마, 태풍 등 유난히 기상 변화가 잦은 여름, 누구보다 바빠지는 기자들이 있다. 바로 기상전문기자들이다. 이들은 기상 이변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불려나오는가 하면 태풍이 올 때는 24시간 대기하며 밤을 꼴딱 새우는 등 변화무쌍한 여름 날씨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올 여름엔 수시로 발령되는 폭염특보와 내렸다 하면 200mm가 넘는 ‘물폭탄’ 때문에 더욱 정신없는 모양새다.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는 사명감부터 ‘오보’를 쓸 수밖에 없어 고심하는 기상전문기자들. 그들의 ‘애로사항’을 기자협회보가 들어봤다.

가장 바쁜 계절은 ‘여름’
현재 기상전문기자를 따로 두는 언론사는 KBS, SBS, 연합뉴스TV 정도다. YTN에선 과학재난팀을 따로 둬 기상을 다루고 있고 MBC에서도 과학전문기자가 기상까지 ‘커버’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기과학 등 기상 관련 학과를 전공한 후 기상전문기자 공채에 응시해 뽑힌 사람들이다. 김진두 YTN 과학재난팀장은 “기상전문기자들의 경우 대기과학과를 전공한 사람들이 많다”며 “공통된 특징은 공군 기상장교로 군대에서 예보를 해봤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기상전문기자들은 현장에 나가기도 하지만 주로 스튜디오에서 그래픽을 띄워놓고 기상 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한다. 기상청에서 나오는 통보문을 쉽게 풀어 전달하는 게 일이다. 이정훈 KBS 기상전문기자는 “기상캐스터들이 전하는 일반적인 날씨 뉴스도 있지만 기상전문기자들은 자연재해가 왔을 때 자세한 원인과 분석을 기사로 다룬다”며 “현장엔 사회부가 많이 나가는 편이고 기상전문기자들은 스튜디오에서 그래픽 등을 통해 날씨를 분석하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가장 바쁠 때는 단연 여름이다. 폭염과 장마 태풍까지 있기 때문이다. 정구희 SBS 기상전문기자는 “여름엔 폭염 장마 태풍이 번갈아 오기 때문에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여름휴가도 시즌을 피해 5월, 11월쯤에나 간다”며 “겨울 역시 폭설이나 한파가 있어 바쁜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도가 커져 봄까지 기사가 많은 편이다.

‘내일을 예측하는 학문’이 주는 고민
이들이 다루는 기상은 불확실성의 영역이자 사실상 ‘오보’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분야다. 정구희 기자는 “사람이 만든 ‘경제’도 주가, 금값, 달러를 예측 못해 기업이 손해를 보지 않나. 그런데 날씨는 심지어 자연이 만든 일”이라면서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형, 건물, 심지어 에어컨 실외기까지 모든 효과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정확히 시뮬레이션할 수는 없다”고 했다.


때문에 오보는 기상을 다루는 기자라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 중 하나다. 전동혁 MBC 기자는 “지난 주말 비가 많이 내렸다고 하는 청주와 천안을 보더라도 그곳에 사시는 분들은 큰 재해지만 불과 40km 떨어진 곳에선 그 정도는 아니었다”며 “예보를 바탕으로 뉴스를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어디까지 세밀하게 잣대를 들이밀 수 있을까 고민이 있다. 특히 지역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는 여름에 더 그렇다”고 했다.


체감날씨와 예보날씨가 다른 데서 오는 딜레마도 크다. 김재훈 연합뉴스TV 기상전문기자는 “폭염이라고 기사를 썼는데 어떤 사람은 덥지 않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덥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아울러 전달해주는 게 어렵다”면서 “현장에 나간 기상캐스터들에게 날씨 정보를 전해 듣거나 댓글, SNS 등을 통해서 특정 지역의 날씨가 어땠다는 힌트를 얻는다. 그런 부분을 기사에 반영해 절충점을 찾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기상청과 도매금으로 욕먹기도
이런 노력과는 반대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혹하기 그지없다. 김성한 KBS 기상전문기자는 “예를 들어 미세먼지를 취재해본 결과 중국발이 주요 원인이 아니라고 보도하면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식이다. 미세먼지가 싫고 국지성 호우가 싫고 폭염이 싫을 뿐 우리가 기후변화로 입는 피해를 개선하기 위한 고민이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과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김재훈 기자는 “시청자뿐만 아니라 당장 내부에서도 ‘왜 날씨가 안 맞냐’고 혼나기도 한다”며 “날씨 예측에 한계가 있다는 걸 전공자들은 알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가 하나의 과제”라고 했다.


예보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 ‘팔이 안으로 굽게’ 마련이지만 기상청에 아쉬운 마음 역시 존재한다. 김진두 팀장은 “전병성 기상청장 때는 예보를 잘하는 사람들로 예보실을 구축하고 기상전문기자들과 네트워킹을 구축해 오보를 최대한 빨리 수정하는 등 피해를 줄였다”면서 “그런데 이후에는 예보 역량도 많이 떨어지고 기자들과의 네트워킹도 느슨해졌다. 시스템을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지나친 매뉴얼 강조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한 기자는 “국민안전처가 기계적으로 내리는 경보나 주의보는 피해를 예방하는 것보다 면피용인 것 같다”며 “저희가 볼 때 정말 위험한 순간들이 있는데 이미 주의보가 나와 더 이상 쓸 카드가 없을 때가 있다. 일본과 같이 특별 경보 제도를 만드는 등 비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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