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장관, 퇴진요구 받는 KBS 사장 만나 구설수

언론노조 KBS본부 "'언론개혁'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장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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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행정자치부 신임 장관이 최근 KBS 등을 방문, ‘언론 부역자’라는 평가와 함께 구성원들 대다수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고대영 사장을 만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내세워 온 공영방송 개혁에 대한 의지표명과 맞지 않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18일 ‘언론부역자에게 머리 조아리는 문재인 정부 장관’이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김부겸 신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17일 KBS를 방문해 고대영 사장을 예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악수와 환담을 나눈 뒤 돌아간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행자부 측은 장관이 단지 인사차 언론사들을 방문하는 일정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그렇지 않다”며 반박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기획단을 지난 13일 발족하고 본격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이 기획단에는 전국 212개 언론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사진은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이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발족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KBS본부는 고대영 사장이 보도 관련 핵심 간부 역할을 하는 동안 KBS뉴스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면서 이 같은 방문이 문 대통령의 공영방송 개혁에 대한 뜻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전했다. KBS본부는 고 사장을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1급(?) 언론부역자”라고 명시하며 국정농단 축소와 대선 과정에서의 북풍몰이 보도 등을 언급했다. 국민들로부터 ‘니들도 공범’이라는 지탄을 받아 촛불집회 현장을 제대로 취재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다고 전했다.

KBS본부는 “문재인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명 맛 칼럼니스트의 KBS 교양 프로그램 녹화가 취소되는 일도 생겼다”며 “이 일로 인해 당시 문재인 후보는 항의 차원에서 KBS 주최 대선후보 좌담회를 보이콧했으며,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KBS방송 출연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론노조 대표단과 만나 언론개혁 특히 공영방송 개혁에 대한 뜻을 같이 하고 정책 협약서에도 상호 서명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KBS본부는 특히 사전에 김 신임 장관의 방문에 분명한 반대의사 표시를 했는데도 방문을 강행한 점을 꼬집었다. 노조는 “행자부 대변인을 통해 설령 KBS를 방문하더라도 언론 부역자 고대영 사장에 대한 방문은 하지 말 것을 분명히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김부겸 장관은 이 같은 내부 구성원들의 요구를 묵살한 채 1급 언론부역자라고 할 수 있는 고대영 사장을 찾아가 머리를 숙이고 이른 바 ‘잘 봐달라’는 인사를 나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김부겸 장관이 진정 촛불 국민의 3대 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인 ‘언론개혁’을 실천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장관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관련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KBS본부는 또 김부겸 장관의 행정자치부가,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는 고대영 사장 측 요구를 받아들여 관할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철거를 종용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는 사실도 전했다. 현재 여의도 KBS 주변에는 구성원들과 각 시민사회단체들이 보내온 ‘고대영 사장 퇴진 촉구’ 현수막들이 걸려있는 상황인데 이를 철거해달라는 민원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KBS본부는 이에 대해 “김부겸 장관의 행정자치부가 언론부역자를 돕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지난 9년의 언론 탄압 속에서 꿋꿋이 싸워 온 언론노동자와 언론개혁을 바라는 촛불 국민의 염원을 짓밟는 이번 행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같은 행보가 공영방송 개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KBS 구성원의 절대 다수인 90%는 고대영 사장의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며 전면 투쟁을 선포한 상태”라며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고 사장의 즉각 사퇴에 동의한다는 조사도 나와있다”고 했다. KBS본부는 “상황이 이럴진대 김부겸 장관의 행보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김부겸 장관의 공개적인 사과와 해명을 강력히 요구하며 차제에 문재인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여전히 동토 속에 살아가고 있는 공영방송 종사자들의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임 장관들의 현 공영방송 사장 방문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앞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고대영 사장을 만나고 돌아간 바 있다. 도 장관은 MBC 방문도 예정했다가 언론노조 MBC본부 등 구성원들의 반발로 예방을 취소했다.

이를 두고 KBS 한 기자는 “구성원들이 ‘언론 부역자’라고 보고 있는 간부를 현재 정권 요직에 있는 인사 몇몇이 좋게 평가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며 “정권 요직에 있는 각료 등이 현재 공영방송사 문제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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