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절규 "우리는 리모컨이 아니다"-김진현 전 과기처 장관의 '갑질' 논란

제32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경기일보 정치부 이호준 기자

▲경기일보 정치부 이호준 기자

최근 국민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갑질’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우리 사회의 공통된 관심사는 ‘비정규직’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에서 ‘갑질’과 ‘비정규직’을 모두 관통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진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의 ‘갑질 논란’이 그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2월17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두 달 사이 총 3명의 여비서가 해고됐다. 이들은 모두 아웃소싱 업체에서 파견된 비정규직 직원이다.


여비서들이 사용했던 컴퓨터에서는 ‘이사장 업무사항 고충’이라는 A4용지 2장 분량의 문서가 발견됐다. 문서에는 김 이사장이 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언 및 부당지시가 고스란히 적혀 있다. 리모컨을 옆에 두고도 여비서를 불러 ‘TV를 켜라’, ‘채널을 바꿔라’고 지시한 것은 물론 휴일임에도 운전기사를 불러 사우나를 간 후 자신이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을 밖에서 대기하라고 한 것까지. 전형적인 ‘갑질’이다.


이 문서가 본보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김 이사장은 보도 후 14일 만에 사의를 표명했고, 결국 지난 2일 진흥원을 떠났다. 그러나 ‘사의’보다 선행됐어야 했던 ‘사과’는 없었다. 해고된 비서 중 한 명은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새로운 일을 할 의지마저 상실, 아직도 일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김 이사장은 비서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이 어떠한 인물인가. 전 과학기술처 장관이자 대학교 총장,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등을 지낸 인물 아닌가. 김 이사장은 ‘내가 사과를 해야 할 일인가?’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다. 노룩패스가 논란이 되자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나’라고 밝혔던 김무성 의원처럼 말이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총 6289명이며 이중 비정규직은 33%에 달하는 2074명이다. 공공기관 직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이번 ‘갑질 이사장’ 논란이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으로 가는 신호탄이 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민간 영역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공공의 영역부터 해결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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