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9 '판박이 보도'…전임 사장 민원 때문?

경기대 박물관 사진전 8개월 만에 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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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KBS가 8개월 전 내보낸 사진전 보도를 최근 메인뉴스에서 재차 리포트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두 리포트 모두 경기대 박물관이 주관한 전시회 관련 사진들을 다룬 데다, 대동소이한 정보들을 담고 있는데도 다시 전파를 타면서 최근 경기대 총장직을 맡은 김인규 전 KBS사장의 ‘개인 민원’에 따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 특히 해당 전시는 기간 종료로 더 이상 관람이 불가능한데도 보도되면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21일 KBS ‘뉴스9’은 <렌즈에 담긴 6·25…전쟁 아픔 속 희망> 리포트(해당 보도)를 통해 1952년 6·25 중 한국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호주 출신 간호사 자매와 이들이 우리나라를 돌며 찍은 희귀 사진을 소개했다. 경인방송센터에서 취재한 리포트는 이 사진 중 일부를 소개하고, 6·25전쟁 경험자의 멘트·한 대학생의 전시회 감상 소감 등을 담았다. 또 “의료봉사를 하며 기록한 사진들이 한 자리에 전시됐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경기대 박물관 관계자의 멘트를 담았다. 


▲21일 KBS '뉴스9' 백탑으로 보도된 <렌즈에 담긴 6.25...전쟁 아픔 속 희망> 리포트 갈무리.


6·25전쟁 발발 67주년을 앞두고 나간 이 리포트는 다음 날(22일) 오전 편집회의에서 곧장 문제제기를 받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영섭 KBS기자협회장은 해당 리포트에 대해 “불과 8개월 전인 2016년 9월5일 9시뉴스에 나간 아이템과 같은 아이템으로 보인다”고 사내 게시판에 게재했다. 이어 “그때도 똑같이 백탑(스포츠 뉴스 전 나오는 마지막 리포트)으로 나갔었다. 이름도 똑같은 호주 자매가 나오고 작년 방송에 소개된 것과 같은 수원 화성 사진도 어제 나갔었다. 경기대 박물관에서 하는 전시회라는 사실도 똑같다. 인터뷰이로 나오는 경기대 박물관 학예연구사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지난해 9월5일 ‘뉴스9’ <호주 선교사 가족이 남긴 ‘근현대 한국’> 리포트(해당 보도)를 보면 지난 21일자 보도와 대동소이해 보인다. 후발 보도와 동일한 사진 일부가 이번에도 자료로 사용됐고, 이를 찍은 동일한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나왔으며, 동일한 경기대 박물관 관계자의 멘트가 나온다. 방점을 ‘전시회’ 자체에 뒀는지, 6·25에 맞춘 것인지 차이는 있지만 토대가 되는 자료가 같았다. 일부 인터뷰를 제외하곤 담은 정보 역시 비슷했다.


이 협회장은 이와 관련 국·부장단이 “6·25 관련 기획 아이템을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같은 아이템인지 몰랐다는 등의 답변을 했다”고 게재했지만, KBS 여러 기자들은 이 해명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별히 다른 내용이 없는 리포트가 재차 방송된 것이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해당 리포트가 지난달 26일 경기대 총장으로 선임된 김인규 전 KBS사장의 ‘개인 민원’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우선 경기대 박물관의 해당 전시가 종료돼 더 이상 관람이 불가능한데도 전파를 탄 데 대해 "이상한 일"이라는 얘기를 한다. 리포트에 등장한 ‘호주매씨 가족의 한국소풍이야기’ 사진전은 경기대 박물관에서 지난해 9월1일부터 올해 6월16일까지 진행돼 보도가 나간 지난 21일 이후에는 관람이 어려웠다. 경기대 박물관 관계자는 22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전시회가 지난 16일 끝나 더 이상 관람이 어렵다. 클로징 상태”라고 밝혔다. 23일 통화에서 또 다른 관계자는 “종결이 된 전시다. 전시 자체에 대한 게 아니고 한국전쟁과 관련해 박물관이 갖고 있는 자료에 대한 건데 보도가 그렇게 돼서 문의연락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KBS A 기자는 “뉴스가 전시문화 아이템을 보도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그걸 알리고 시청자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끝나고 일주일이나 지난 전시가 리포트가 되다니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별히 다른 내용이 없고 전시회가 종료된 만큼 무리가 있는 아이템이란 지적이다.


▲경기대 박물관이 지난해 9월1일부터 올해 6월16일까지 진행한 사진전 포스터. (경기대 박물관)


복수의 KBS 관계자에 따르면 이 리포트는 6·25 관련 기획아이템으로 당초 23일 또는 24일자 방송이 예정됐다가 21일에 전파를 탔다. 경인방송센터장이 ‘해당 리포트와 동일한 기사가 조선일보에 나갈 거 같다’는 이유로 서둘렀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22일자 조선일보 29면에는 김인규 전 KBS사장(경기대 총장)이 경기대 박물관 전시회와 관련해 의미와 감회 등을 밝힌 에세이가 실제 실렸다. 21일 보도는 해당 아이템을 취재한 기자가 아닌 다른 기자가 리포트를 담당했고, 이 아이템은 2주 전쯤 경인방송센터장이 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록 KBS 경인방송센터장은 22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방송시기 조정과 관련해 “(방송시기야) 조절할 수 있는 거 아닌가. 6월 전체가 애국보훈의 달로 지정돼 있는 거고, 6·25가 어차피 나흘 앞이어서 한 것”이라며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본사와도 다 협의가 된 거다. 내 의견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 보도가 나가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게 확인되는데 어떻게 안 것이냐는 질문에는 “(기사가) 나갈 수 있다는 얘길 언뜻 들었다”면서도 “(누구인지) 그건 밝힐 수 없다. 언론계에 오래 있어서 경기지역본부나 서울 기자들, 편집국장들 하고 잘 안다. 그래서 빨리빨리 해서 (보도를) 냈는데 공교롭게도 다음날 (조선일보에) 나온 거다. 난 아직 그거 보지도 못했다”고 답했다.


이 센터장은 일각에서는 과거 보도와 최근 보도 내용이 비슷하다는 말을 한다는 질문에는 “옛날에 나간 건 근현대사 사진을 중심으로 나간 거고 이번 건 6·25와 관련해 나간 거라 다르다. 실제로 봐라 같은지. 약간 겹치는 부분은 있는데 완전 다른 것”이라며 “당시 기억이 나는데, 특별한 사진이 있다 그래서 챙겨보라 그런 거고 이번엔 완전히 6·25만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KBS B기자는 “아니 우리가 6·25에 맞춰서 준비한 건데 조선일보가 쓰든 말든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23일 포털 네이버에서 해당 인물과 사진, 전시회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지난해 9월 해당 사진전이 열린 직후 KBS를 포함 신문·방송·통신사가 총 16개의 보도를 내고 이 소식을 다뤘다. 하지만 사진전 종료 후 보도를 내놓은 곳은, KBS와 조선일보 뿐이었다. 조선일보는 김인규 전 KBS사장이 자신이 총장직을 맡고 있는 대학교 박물관의 사진전과 관련해 직접 기고를 한 형태였지만 KBS는 이를 ‘기사’의 형태로 전했다. 타 언론사의 판단과 동떨어진 결과다. 현재 KBS의 해당 보도는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KBS C기자는 “지난해 처음 보도 나갔을 때랑 보도국장과 취재·편집주간, 경인센터장, 9시뉴스편집부장 등이 모두 똑같은 사람인데 방송 나갔던 걸 모를 수 있겠나. 말이 안 된다”며 “보도가 나갔었는데 그걸 몰랐다면 무능한 거고, 알고도 내보냈다면 더 심각하다. 당연히 보도 사유화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인규 전 KBS사장(경기대 총장)에게 이와 관련한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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