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영진과 함께 할 연합의 미래는 없다"

연합 노조, 연합뉴스 바로세우기 투쟁 선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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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노동조합(위원장 이주영)2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조합원 등 80여명이 모인 가운데 박노황 사장 등 현 경영진의 퇴진을 촉구하는 연합뉴스 바로세우기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연합뉴스 노동조합(위원장 이주영)은 2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현 경영진의 퇴진을 촉구하는 ‘연합뉴스 바로세우기 투쟁 선포식’을 열었다.

연합 노조 조합원이 대규모 집회에 나선 것은 20123월 공정보도 사수를 위한 103일 간 파업 이후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 등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공포정치 인사전횡한 박노황은 사퇴하라” “더 이상 못 참겠다 이홍기도 물러나라” “공정보도 망쳐놓은 조복래도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작됐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박노황 사장이 와서 한 일은 현충원을 찾아가고 국기게양식을 하는 한편 임면동의제를 무력화하고 법에 나온 편집위원회도 안 했다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나는 게 정의인가. 책임을 묻고 그 책임의 결과로 떠나야 한다. 언론개혁의 첫걸음은 부패인사, 언론장악에 부역한 인사, 적폐 인사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연합뉴스 노조위원장은 “2015년 정권을 등에 업고 취임한 박노황 사장은 파업의 성과들과 조합원들이 이뤄 놓은 성과들을 하루 아침에 무너뜨렸다파업을 해사행위로 매도하고 공정보도 시스템을 망쳐놓고, 부당인사부당징계를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경영진의 퇴진으로 끝나게 아니라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뉴스통신진흥회를 갈아엎어야 한다국민이 아닌 정권의 눈치만 살피는 사람이 연합뉴스 사장으로 올 수 없도록 개혁을 이루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입사한 공채 33기 기자들이 사원들을 대표해 집필한 결의문을 낭독하는 모습.

 

특히 2012년 파업 당시 입사한 공채 33기 기자들은 사원들을 대표해 집필한 결의문에서 박 사장과 경영진은 언론인의 역할을 저버렸다지난 2년간 연합뉴스에서 공정보도라는 원칙은 무시됐다. 권력이 불편해할 만한 기사는 이들의 손에 난도질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른 언론 빠른 뉴스라는 가치가 무너졌다. 박 사장과 경영진이 재단한 기사에 합리적 비판은 없었다이들은 자신들의 언행을 합리화하려고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지위를 구실로 내세웠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그 지위에 걸맞은 역할에도 충실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빠르고 정확한 뉴스로 무너진 회사를 다시 세우는 데 박 사장과 경영진이 할 일은 없다. 이제 연합뉴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바로 세울 것이라며 박 사장과 경영진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결의문 전문.

 

박노황 사장과 경영진은 자리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 이들은 '연합뉴스'의 미래를 말할 자격이 없다. 박 사장과 경영진은 언론인의 역할을 저버렸다. 지난 2년간 연합뉴스에서 '공정보도'라는 원칙은 무시됐다. 권력이 불편해할 만한 기사는 이들의 손에 난도질당했다.

 

'바른 언론 빠른 뉴스'라는 가치가 무너졌다. 박 사장과 경영진이 재단한 기사에 합리적 비판은 없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언행을 합리화려고 국가기간통신사라는 지위를 구실로 내세웠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그 지위에 걸맞은 역할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국민은 '정권의 나팔수'라고 손가락질했다. 그 조롱은 한여름 땀에 절어 현장을 누비고, 한겨울에 손이 곱은 채로 한 자 한 자 기사를 쓰고, 그 기사가 데스크의 손에서 어떻게 바뀔까 노심초사했던 현장 기자들에게 향했다. 보이지 않는 바이라인에 숨은 데스킹이 남긴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었다.

 

연합뉴스는 불행한 일터가 됐다. 사리에 맞게 이야기한 선배들은 가족과 생이별하고, 승진하지 못했고, 쫓겨났다. 후배들을 쥐어짜 나온 성과를 제 것으로 포장한 사람이,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외면한 사람이, 국정농단 세력의 근처에 어른거렸던 사람이 탄탄대로를 달렸다.

같은 일을 하지만 동료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차별도 생겼다. 경영진은 그 차별을 입사하지 않은 미래의 후배들에게도 강요했다.


경영진의 손에서 연합뉴스는 사리사욕의 도구였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경영의 기준이었다. 정권에 잘 보여 한 자리 해보려 하고, 차기 사장 자리에 혈안이 돼 있다는 사람들의 소문이 파다했다. 권력의 변화에 흔들리는 경영진의 행보는 비겁했다. 올바른 원칙 없이 권력에 영합해 회사를 경영한 탓이다.

 

아울러 우리 자신을 돌아본다. 지난 정권에서 우리는 '국가기간통신사'라는 멍에를 얹고 '침묵의 나선'을 걸었다. 동료가 떠나고 선배가 부당한 인사의 희생양이 돼도 볼멘소리만 할뿐 끝까지 싸우지 못했다.

고립과 보복의 두려움에 떠는 사이 권력은 부끄러움도 없이 개인의 이익을 공익과 공정으로 조장했고 연합뉴스 구성원을 '침묵의 나선'으로 몰았다. 펜 끝의 자존심보다 숟가락 끝의 밥알에 고개숙인 우리를 반성한다.

 

빠르고 정확한 뉴스로 무너진 회사를 다시 세우는 데 박 사장과 경영진이 할 일은 없다. 이제 연합뉴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바로 세울 것이다. 박 사장과 경영진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

 

2017.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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