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붙은 대자보...막내기자들 "김장겸 사퇴하라"


“MBC는 더 들끓어야 합니다. 지금 회사를 이 꼴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침묵묵인이었습니다.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불온한 것들을 죄다 닦아낸 그 자리에서 건전한 의사소통은 뿌리조차 내릴 수 없었습니다.”

 

지난 1월 내부 보도 병폐를 고발한 동영상을 공개해 징계를 받은 MBC 막내 기자들(곽동건 이덕영 전예지)이 이번에는 김장겸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사내 곳곳에 배치했다. 기자들이 자주 오가는 1층 엘리베이터 앞과 7층 보도국 입구가 대상이다. 지난 21일 오전 게시된 대자보는 현재 사측에 의해 모두 회수된 상태다.

 

▲지난 21일 오전 MBC에 붙은 대자보.

막내 기자들은 대자보를 통해 회사는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사장 퇴진 성명을 대거 삭제했다. ‘조직 내 건전한 의사소통 활성화를 위해 삭제와 차단을 일삼겠다는 부박한 자기모순은 누구의 발상이냐고 지적했다. “삭제된 입들은 또 다른 열 개의 입으로 차단된 하나의 목소리는 모두의 목소리로 커져갈 것이다. 비로소 말과 글의 힘으로, 기죽지 않는 당당한 행동으로 MBC를 바꿔낼 것이라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들은 대자보를 외부에 알리기 위해 동영상으로 제작,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선후배 기자들과 시민들이 200건 이상의 좋아요와 공유로 호응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이어가고 있다. 곽동건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BC에 대자보를 붙였지만 회사는 10분도 안 돼 대자보를 뗐다그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했으니 공유해달라고 전했다.



MBC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연일 올라오고 있는 기수 성명을 삭제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9일부터 35기와 40기 기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성명에는 김장겸 사장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MBC의 한 기자는 기수 성명이라는 건 기자들이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중 하나라며 “MBC가 얼마나 반민주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지 징계와 더불어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MBC 기자도 게시자에 대해서도 한 달간 게시판 접속을 정지시킨 상태라며 이번처럼 한꺼번에 제재를 한 건 이례적이다. 사내 언로를 위축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3년 입사한 MBC 공채 마지막 기수인 막내 기자들은 지난 1‘MBC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묵인 축소로 일관해왔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출근정지 10일과 근신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이들의 폭로로 인해 선배 기자들도 반성의 의미가 담긴 동영상을 제작해 공개하는 등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촉발됐다.

 

다음은 대자보 전문이다.

 

# 대자보를 씁니다

 

20176, 희한한 시대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해졌다는 오늘, 우리는 하릴없이 대자보를 씁니다.

 

회사는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사장 퇴진 성명을 대거 삭제했습니다.

게시자들은 모두 게시판 접근이 차단됐습니다.

조직 내 건전한 의사소통 활성화를 위해

삭제와 차단을 일삼겠다는 이 부박한 자기모순은 누구의 발상입니까.

 

상암에서 가장 거대하다는 사옥엔 정작,

성남과 용인, 수원과 구로를 전전해온 선배들의 자리는 없습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회사 로비에도

발조차 들일 수 없는 해직자 선배들이 있습니다.

 

품격있는 젊은 방송을 지향한다는 회사에선

젊은 기자들이 값싼 모멸에 숨죽여 울고 있습니다.

 

삭제와 배제, 차단과 금지

회사가 말하는 건전한 의사소통 활성화 방안이라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MBC는 더 들끓어야 합니다.

지금 회사를 이 꼴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침묵묵인이었습니다.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불온한 것들을 죄다 닦아낸 그 자리에서

건전한 의사소통은 뿌리조차 내릴 수 없었습니다.

 

지금, 20176, 이 자리에서

이 글을 볼 수 있는 자들은 모두 공범입니다.

오늘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바꿔내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 고요한 보도국에 불편한 균열을 내야 합니다.

 

삭제된 입들은 또 다른 열 개의 입으로

차단된 하나의 목소리는 모두의 목소리로 커져갈 것입니다.

 

그리고 비로소 말과 글의 힘으로,

기죽지 않는 당당한 행동으로

우리는 MBC를 바꿔낼 것입니다.

 

떠난 이들이 온전히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위법과 부정으로 회사를 망가뜨린 이들이 그 자리를 내놓을 때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MBC가 제 모습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보도국 사회2부 곽동건, 김민혁, 이지수

기획취재부 이덕영

정보과학부 전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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