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작은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그 기자의 '좋아요'] 오수진 제주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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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제주매일 기자

[영화] 노스 컨츄리(North Country)


저항에 대한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그것이 정의로운 것일지라도. 저항에 대한 평가 역시 승리했을 때만 ‘정당함’으로 인정받는다. 미국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승소 사건인 ‘젠슨 대 에벨레스 광산’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 ‘노스 컨츄리(North Country)’가 비추는 현실이다.


영화는 1984년 미국의 한 광산에서 남성 광부들이 여성 광부들에게 행한 노골적이고 지속적인 성희롱에 문제를 제기하며 여자 주인공이 사회적 편견에 맞서 외롭고도 긴 법정 싸움을 진행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승소 가능성이 희박한 소송을 준비하는 주인공은 단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닌 광산 내 다른 여자 동료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긴 법정투쟁을 시작한다.


그러나 승리를 일궈내기까지의 과정은 비참했다. 여자 광부들에 대한 성희롱을 그저 장난이라고 강변하는 남자 동료들, 같은 피해자이면서도 힘(편)이 되어 주지 않는 여자 동료들. 그로 인해 용기 있는 외침을 내보였던 주인공 역시 승소판결을 얻기 전까진 ‘골칫거리 투사’로 전락하고 만다.


▲영화 노스 컨츄리(North Country) 포스터.

미국 역사상 전례 없는 일로 평가받고 있는 사건이지만, 영화를 통해 마주하게 되는 현실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울어진 권력의 장에서 벌어진 문제에 대해 용기 있게 저항하는 것은 오히려 참아내는 것보다 더 힘든 것임을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오늘날의 현실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하는 묵직한 물음과 함께 누군가의 작은 용기는 세상을 바꾸는 물결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동시에 전한다. 미국 내 성희롱 방지 관련 법안 마련에도 큰 영향을 준 이 사건은 이미 ‘용기 있는 저항’에 대한 평가를 다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어느 한 드라마에서 ‘누군가는 주제를 넘어야 다른 누군가가 상처를 덜 받는다는 것을 알았다’던 여자 주인공의 독백이 기억난다. 정 맞을 일이 두려워 침묵했던 여자 광부들과 그것을 알면서도 동료들과 자신을 구하기 위해 10년을 넘게 주제넘은 행동을 한 주인공. 오늘날의 현실은 어떤 이를 지향해야 하는 것일지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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