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新업무수첩 39권 단독 입수

제320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한국일보 사회부 김정우 기자

기자들이 쓰는 취재수첩을 보는 듯했다. 안종범의 업무수첩에는 그가 청와대에 근무하며 ‘직접 들은’ 모든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말은 곧바로 증발하지만, 기록물은 두고두고 남아 과거를 복원시켜 준다. “안종범 본인의 생각을 적었을 수도 있다”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은 사법기관에서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온 형사 서태윤(김상경)의 대사대로, 서류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안종범의 업무수첩은 ‘박근혜 청와대’에 대한 생생한 현장 리포트였다.


지난해 말 검찰이 입수한 17권에 이어, 올해 초 특검이 안종범의 업무수첩 39권을 추가 확보했다는 소식에 모든 언론이 주목했던 것은 그래서 당연했다. ‘삼성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단서가 많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차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말까지 흘러나오자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됐다. 수사기관이야 범죄 성립 여부에 집중하지만, 언론의 시야는 그보다 훨씬 넓다. 형사처벌 가능성과는 관계없이, 청와대의 부적절한 권한 남용 실태가 대체 어느 정도였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오랜 노력 끝에 안종범 수첩 39권을 단독 입수한 한국일보는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내용 분석에 들어갔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일단 분량이 2,000쪽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방대한 데다, 수기(手記)로 흘려 적은 필체 탓에 해독도 어려웠다. 각자 9, 10권씩을 맡아 유의미한 부분들을 추려 냈는데, ‘여자문제’ 문구를 ‘예과날레(?)’로 정리한 후배 기자가 있었을 정도다. 수첩 원본과의 크로스 체크를 반복해야만 했다.


취재와 보도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준 편집국장과 사회부장, 법조팀장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1차 생산물인 기사를 ‘지면’과 ‘온라인’ 형태의 최종 완성품으로 잘 포장해 준 편집국 동료들에게도 특별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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