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프랜차이즈는 알선만 하고, 실제 대출을 해주는 건 주류도매상이었다. 단, 조건이 있다. 자영업자는 해당 도매상으로부터 수년간 술을 독점 납품받아야 한다. 납품 기간을 못 채우면 대출금의 25%를 위약금으로 무는 ‘노예 계약’이다. 무이자도 아니다. 도매상은 최대 20% 안팎 고리(高利)를 술값에 전가한다. 프랜차이즈, 주류제조사, 2·3금융권은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한통속이 돼 각자 이권을 추구하고 있었다.
팩트 체크를 위해 봉구비어와 가르텐비어에 예비창업자를 가장해 창업 상담을 신청했다. “창업자금이 부족해 주류대출이 필요한데 가능한가”라고 묻자 “최대 5000만원까지 무이자로 가능하다”며 창업을 종용했다. 소득, 대출 이력 등 상환능력에 대해선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국세청은 단속에 손을 놓고 있었다. 국세청 담당 직원에게 주류대출 단속 현황을 묻자 “업계 관행이고, 문제가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다룰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주류대출이 없었으면 영세 자영업자들의 무리한 창업으로 인한 시장 포화와 연쇄 도산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나비 효과’를 감안하면 주류대출의 가계부채 조장 효과는 최소 연 1조원이란 게 업계 추산이다. 가계부채가 한국경제 뇌관으로 떠오른 지금, 이제라도 정부의 감시와 단속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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