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예술단 비리

제32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KBC광주방송 탐사팀 박성호 기자

▲KBC광주방송 탐사팀 박성호 기자

불합리한 관행은 침묵을 먹고 커 나갔습니다. 돈을 되돌려 달라는 요구를 받은 누군가는 권위에 굴복해 입을 닫았습니다. 관리감독을 해야 할 누군가는 바쁘다는 핑계 뒤로 숨었습니다. 예술계의 비리는 그렇게 독버섯처럼 자라났습니다.


침묵을 깬 것은 용기 있는 한 예술인의 증언이었습니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소위 ‘리턴’의 관행은 실존했습니다. 상납의 고리 끝에는 지역 예술계에서 가장 큰 어른으로 불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설프게 건드릴 거라면 시작도 하지 말아달라”는 증언자의 간곡한 부탁은 이번 취재를 끝까지 갈 수 있도록 해준 원동력이 됐습니다.


실마리를 잡았지만 취재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폐쇄적인 예술계에서 유력자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은 없었습니다. 증거를 얻기 위한 설득의 줄다리기는 점점 길어졌습니다. 믿고 기다려준 회사와 빈자리를 채워준 동료가 없었다면 예술계의 비리는 여전히 감춰진 관행으로 남았을 겁니다.


첫 보도가 나가고 용기 있는 제보가 이어졌습니다. 상납 관행에서 시작된 취재는, 악기업체와 예술단과의 리베이트 거래 의혹으로, 또 무료 공연에 거마비를 요구했던 사례로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폐쇄적인 예술계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생각보다 더 길고 짙었다는 사실은 입맛을 씁쓸하게 했습니다.


‘예향’ 광주에서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데 한 해 사용하는 예산은 300억원에 달합니다. 이번 취재로 드러난 비리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업체와의 유착 등 소문으로만 들려오는 의혹들은 아직 걷히지 않았습니다. 문화예술계를 살찌울 예산이 새어나가는 동안 젊은 예술인들은 무대 대신 편의점 아르바이트 현장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예술계 비리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KBC광주방송 탐사팀 박성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