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팔로워의 얼리어답터 변신

[그 기자의 '좋아요'] 정원우 한국경제TV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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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선임의 전자책이 내게 가져온 변화


늘 그렇듯 첫 만남은 우연했다. 군 시절을 함께 했던 옛 병장님의 손에 들려있던 작은 기계, 전자책이었다. 부대에서 다독(多讀)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그였는데 전자책으로 독서량이 더 늘었다고 했다. 꽤 오래전 킨들이라는 것이 아메리카 대륙을 강타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왔지만 전자책을 처음 본 순간이었다.


실제 전자잉크 기술이 적용된 전자책은 흡사 종이책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터치 한번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편의성과 정장 안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휴대성, 또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무한한 콘텐츠.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과 같았다.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구매했다. 초기 기계구입 비용은 좀 들지만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이 통상 30% 정도 저렴해 몇 권을 읽으니 이미 초기비용을 만회했다. 출간된 지 꽤 된 고전 작품들은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 권을 읽고 난 후 곧바로 또 다른 책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서 리듬이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다. 구입한 지 1년 정도에 이미 전자서재에만 40권의 책이 쌓였다. 속독과는 거리가 먼 나로서는 비약적인 독서량이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은 터치만으로 줄을 치고 언제든 리스트를 꺼내볼 수 있다.


물론 100% 만족할 수는 없다. 사피엔스를 읽고 난 후 종이책을 접하게 됐는데 전자책에 없던 그림과 사진들이 다양하게 수록돼 있었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보는 것과 지면으로 보는 것이 다르듯 전자책은 편집의 묘미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할 수 있다. 또 학습을 해야 할 정도로 초정독이 필요한 책은 종이책이 여전히 더 편하다. 전자책으로 출간되지 않은 책도 있어 번역자와 출판사는 선택의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서점을 가지 않고도 또는 택배를 기다리지 않고도 책을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얼리어답터보다는 패스트팔로워로 신문물을 받아들여왔지만 전자책만큼은 얼리어답터 축에 꼈다. 독서를 좋아하는 회사 후배들과 미용실 선생님까지 내 전자책을 보고 바로 그날 구매했다. 물론 전자책을 시용(試用)해보고도 몇몇 분들은 여전히 종이책이 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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