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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논리에 죽어가는 활자미디어

[특별기고] 박상건 한국잡지학회장

박상건 한국잡지학회장2017.06.14 14:59:10

▲박상건 한국잡지학회장

지난 10년 동안 미디어정책은 ‘다양성’이라는 키워드 대신 ‘산업 바이러스’가 횡행했다. 균형발전과 다양성의 가치는 산산이 부서졌다. 신문과 잡지는 다양한 이슈와 주제를 담아내는 지식창고이자 역사와 문화가치를 심층적으로 전달하는 미디어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연간 4000억원, 연합뉴스 구독지원은 350억원, 지역신문기금 100억원, 언론진흥기금 300억원, 잡지진흥기금 50억원 정도이다. 지난 10년 동안 미디어 기상도는 통신 대호황, 방송 보합세, 활자매체 침체다. 특히 통신은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과 대형마트 골목상권 진출을 제약하는 경제시장에서도 지역뉴스 콘텐츠를 포털에 제공, 연간 200억원의 별도 수익을 내며 지역신문의 숨통을 조였다.


지역신문특별기금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70여 일간지와 주간지를 우선지원 대상사로 선정한 후 100억원의 기금을 각각 나누어 지원한다. 잡지는 7700개에 이르지만 지면제작시스템 등 인프라 구축지원도 하지 못했다. 우수콘텐츠잡지로 선정된 100개 잡지사에게 구독료지원 명분으로 월 200만원 정도를 지원한다. 공공도서관 의무구입 비율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고, 고(古) 잡지 DB화 사업에 4년간 4억800만원을 지원해 문화유산 보존과 전승의 사명도 방기했다.


기금확충이 당장 어렵다면 통신사가 지역신문에 지역뉴스를 판매할 경우 재배포를 금지하거나 정부기관과 지방정부가 지역뉴스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있다. 통신과 지역매체 간 지역뉴스 콘텐츠 제휴를 통해 생산과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도 있다. 포털은 한시법 동안 지역뉴스 플랫폼을 별도로 마련해 지역뉴스 유통을 적극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미디어 균형발전이라는 상생대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뉴스 유통시장의 불공정 독과점 행위를 적극 조사하고 위법이 발견되면 철퇴를 가해야 한다. 정부가 왜 언론을 지원하느냐는 국민의 불만이 여전하다. 가짜뉴스도 판친다. 이제 정부도 언론도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미디어법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미디어교육 역시 이러한 미디어환경이 제대로 정착될 때 민주주의 훈련장으로서 역할과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미디어교육을 교육행정기관이 주도한다.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국어교육과 미디어교육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저널리즘, 스피치, 문학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한다.


미디어교육은 인문학적 사고와 비판적 안목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둔다. 최근 우리나라도 미디어리터러시가 유행하지만 체계적이지 못하다. 언론진흥재단과 신문사, 시청자미디어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 인터넷진흥원 등 사업 중복과 내용과 방향성, 전담교사 임명과 자격기준이 제각각이다.


혼재된 미디어 관련법 재정비가 시급하다. 체계적인 미디어정책 기구와 미디어발전기금의 통합운영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언론발전을 위한 전략기금을 통합해 운영하고, 노르웨이는 매체청을 신설해 총괄하며 덴마크는 미디어지원예산을 복권예산에서 충당한다.


미디어 정책은 행정편의주의가 압도하지 않으면서 물꼬를 터주어 강물처럼 흘러가게 해야 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는 광주항쟁 진압군에 차출됐을 때 사격명령에도 불구하고 총알을 거꾸로 장전했고, 최근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시인으로서 작품세계는 일관되게 여백과 곡선의 미학을 추구했다. 프랑스 앙드레 말로가 시민과 함께 나치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사회적 적폐를 척결해 프랑스인들로부터 오래도록 문인장관으로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 국민들에게 그렇게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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