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아빠입니다"…아직도 낯선 남성 육아휴직

"남자가…" 주위 부정적 시선·인사 불이익 우려
신청조차 못해 …인식 변화와 함께 제도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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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뉴시스 A기자는 육아휴직 후 복직하자마자 경기권 지역본부 발령을 받았다. 그는 뉴시스에서 처음 나온 남성 육아휴직자다. 입사 이래 6년간 본사 편집부에서 일한 A기자가 지역 취재기자로 배치되자 뉴시스 노조는 “육아휴직 보복성 인사”라고 반발했다.


사측은 정당한 인사라는 입장이다. 본사 기자를 지역에 파견한 전례가 있고, 본사 직영인 경기북부본부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침 A기자가 복직해 충원했다는 것이다.


논란은 계속됐다. A기자 동기들은 9일 성명을 내고 “(A기자는 지난해 육아휴직 직전 사회부로 발령 나 3주간 일했는데) 당시 A기자와 맞바꿨다 철회한 또 다른 기자의 인사는 어떤 원칙에 따른 것인가”라며 “회사의 행태는 오히려 남자 기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보복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고 꼬집었다.


뉴시스 상황처럼 언론계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여성의 휴직은 수용하는 분위기지만 남성에겐 부정적 시선과 인사 불이익 같은 우려가 따라붙는다. 사회 전반에서도 그렇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중은 8.5%(7616명)에 불과했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등장하지 않은 언론사도 많다. 종합일간지 9곳과 경제지 3곳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세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서울경제, 한국경제에서 남성 육아휴직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 동아일보에선 남성 2명이 육아휴직한 적 있지만 모두 개인사정으로 퇴사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에선 남성 육아휴직자가 다수 나왔다.


선례가 없는 언론사 기자들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면서도 용기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경제지 남성기자는 “여기자의 1년간 휴직도 불과 몇 년 전에 자리 잡았다. 남기자들은 눈치 볼 수밖에 없다”며 “인사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거나 원치 않은 부서에 배치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휴직 신청조차 안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육아휴직했던 남성기자들은 먼저 나서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2010년 국민일보에서 처음 육아휴직한 이성규 기자는 “당시 회사에 불만 있느냐는 말이 많았다. 사내에서 이슈가 될 정도로 낯선 일이었지만 이후 다른 기자들도 휴직을 신청했다”며 “누군가 물꼬를 터야 '남자가 왜 육아휴직을 하느냐’는 인식을 바뀔 수 있다”고 했다. 2014년 육아휴직을 경험한 주영재 경향신문 기자는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사 안에서도 같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사회를 가르치려 하기 전에 언론사가 먼저 남성 육아휴직 같은 일·가정 양립을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식 변화에 앞서 남성 육아휴직 정착을 위한 사회 제도나 사규, 단협부터 갖춰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언론계는 인력 보강에 적극적이지 않다. 육아휴직이 남성까지 확대되면 현실적으로 인력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인력 충원, 휴직 중 임금 지원, 인사 불이익 금지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종합일간지 노조위원장은 남성 육아휴직을 기자의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연차휴가도 못 쓰는 상황에서 휴직은 너무 먼 이야기일 수 있다”며 “휴가라도 편히 쓸 수 있는 제도와 인식이 자리 잡으면 남성 육아휴직도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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