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향·맛으로 즐기는 아날로그 커피

[그 기자의 '좋아요'] 이주영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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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연합뉴스 기자

가장 맛있는 커피는 어떤 커피일까?
커피 애호가라면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나 콜롬비아 수프리모, 하와이 코나, 인도네시아 코피루왁 등 특정 지역의 유명 커피들 꼽을지 모르겠다. 스타벅스나 카페베네, 커피빈 등의 달콤한 커피를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맛있는 커피는 내가 직접 커피콩을 갈아서 내려먹는 커피다. 다양한 맛은 물론 소리와 향기까지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커피가 나에게 주는 즐거움의 절반 이상은 혀의 미각에서보다 커피콩을 갈고 물을 끓여 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 온다.


소문난 커피전문점 커피를 마시는 것에서 커피 사랑이 시작됐다. 바리스타의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면서 ‘나도 핸드드립을 해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커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핸드그라인더와 드리퍼, 드립포트, 필터, 갓 볶은 원두 200g 등을 구입하곤 이내 아날로그 커피의 맛에 빠졌다.


첫 핸드드립 커피는 바리스타 커피와는 달리 너무 썼다. 원두를 너무 곱게 간데다 물 양과 드립 시간을 잘 몰랐던 게 원인 일거다. 하지만 커피콩이 수동 그라인더 안에서 따다닥 따다닥 갈리는 소리와 손의 느낌, 그리고 그 입자가 공기를 만나 퍼지는 신선하고 깊은 커피 향은 실패한 커피의 씁쓸함 대신 소리와 향기로 즐기는 새로운 커피 맛을 알려줬다.


모카포트와 프렌치프레스, 더치커피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 나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주는 것은 역시 커피콩 갈리는 소리와 풍부한 향이 있는 수동 그라인더와 함께하는 아날로그 커피 맛이다.


커피를 좋아한다면 핸드그라인더를 사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수동 그라인더로 커피콩의 분쇄 크기만 조절해도 같은 원두로 다양한 맛을 내고 내 입맛에 맞는 커피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커피콩을 그라인더로 갈아 드리퍼에 올리고 물을 부으면 머핀처럼 부풀어 오른다. 번잡했던 마음은 어느새 차분하게 가라앉고 편안해진다. 둔한 미각 탓에 유명한 커피들의 미묘한 맛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수동그라인더와 핸드드립 커피에 매달리는 것은 어쩌면 디지털과 자동화에 밀려나는 아날로그에 대한 아쉬움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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