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구의역 사고 이후 추적

제319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부문 / 강혜인 C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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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인 CBS 기자

기사를 쓰다 보면 가끔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를 썼는데 변한 게 아무것도 없을 때. 그래서 결국 누군가의 아픔을 그저 기사의 한 소재로만 삼은 셈이 될 때. 그 기분이 너무 싫어서 이번만큼은 끈질기게 붙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우리가 약속한 건 변화였습니다.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시민과 노동자가 안전한 사회, 청년이 배고파하며 일하지 않는 사회,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차별을 내포하지 않는 사회요.


약속이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건 언론에 주어진 책무였습니다. 만일 또 사고가 반복됐을 때 ‘그러게 왜 진작 제대로 취재하지 않았지’ 하는 뒤늦은 반성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 자신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았달까요.


‘내일은 좋아질까’, ‘조금만 더 참으면 나아질까’,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내일을 그리며 오늘을 참아내는 노동자들을 보며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러면서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니 열심히 해야 한다’며 이들이 책임감을 보일 땐, 그 책임감을 싼값에 이용하려는 사회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노동은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취재 후기를 쓰는 순간에도 마음이 후련하지만은 않네요. ‘이 정도면 많이 했네’하는 식의 반박에 속을 많이 끓였습니다. 똑같은 권리를 가진 노동자들을 차별한 건 우리인데, 이 모든 불합리한 구조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게 우리의 의무인데, 누군가는 이걸 그저 노동자를 위한 시혜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끝까지, ‘질릴 때까지’ 취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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