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장짜리 보고서가 밝혀낸 '한 여고생의 죽음'

제31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서승신 KBS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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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신 KBS전주 기자

“선배 통신회사 직원이라고 나왔는데 알고 보니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네요.”
전북교육청 한 부서에서 초등학교 관련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에게 아르바이트 촬영보조(오디오맨)가 던진 말이다. 전날 언론들이 모 저수지에서 통신회사 여직원이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는데 특성화고 3학년 여학생이라는 것이다.


갑자기 왜 뚱딴지같은 말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조금 전 인터뷰를 받고 나온 사무실의 책상 위 서류들 사이에서 우연히 그 내용을 봤다는 것이다.


교육청의 2장짜리 내부보고서는 그렇게 존재를 알렸고 어렵게 확보한 내부보고서에는 숨진 홍 양의 삶의 이력과 사인경위, 교육청 대책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숨진 학생의 학교와 교육청 3개 팀이 조사한 내용을 취합한 것으로 교육감 등 상부 보고용이었다.


모 장학사에게 문건의 내용에 대해 물었더니 다 맞고, 너무나 안타까운 일인데 요즘 학생들 자살이 적지 않아 교육부에는 실족사로 보고했다고 했다. ‘현장실습 중 업무 스트레스가 많았다’라고 분명히 적혀 있는데 왜 이 학생의 죽음은 진실 규명 없이 그냥 숨겨지듯 묻혀야 하는지, 또 현장실습의 구조적인 문제는 왜 사라지지 않고 계속 거듭되는지….


특히 전북교육청은 이른바 진보교육청 중에서도 핵심이면서 학생 인권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는 곳 아닌가? 기자의 고민이자 안타까움, 분노는 그렇게 취재의 시발점이자 원동력이 됐고 현재도 멈추지 않고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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