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일거수일투족 취재…밥 먹는 시간 쪼개 기사 송고

유세현장 돌며 대선후보 밀착 마크
새벽부터 준비…24시간도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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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장미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주자들은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가며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들만큼 낮밤 없이 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있다. 대선 주자들을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는 ‘마크맨’들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대선 주자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마크맨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대선 주자를 취재하는 그들에게 각 후보들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바쁘다 바뻐”…하루 15건 기사 송고
지난 17일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마크맨들의 하루는 더욱 바빠졌다. 전국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나는 대선 주자들 덕분이다. 서울에서 먼 지역에 유세 일정이 잡히면 으레 새벽 4~5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방송사 A기자는 “수도권에서 유세를 하면 그나마 여유가 있는데 대부분이 지역 유세다보니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여야 한다”며 “특히 부산 같이 먼 지역은 저녁 8시에 일정이 끝나도 기차 타고 올라오면 10시가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전라북도 전주시 전북대학교 후문에서 진행된 한 대선후보의 집중유세에서 많은 취재진이 취재하기 좋은 카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뉴시스)

대선 주자들에게 쏠린 국민적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기자들은 많게는 하루 15건 정도의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스케치 기사부터 이슈가 되는 단발성 발언, 종합 기사나 박스 기사 등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 통신사 B기자는 “직접 쓰는 것은 10개 정도 되고 선배가 받아서 바이라인 넣는 것까지 합하면 하루에 기사가 15개 정도는 나오는 것 같다”며 “송고할 기사가 많다 보니 남들 밥 먹는 시간을 쪼개 기사를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밤에 하는 TV토론회는 마크맨들의 업무 강도를 가중시킨다. 종합일간지 C기자는 “밤에 토론회를 하는 날은 늦게까지 일한다”며 “23일 열린 선관위 첫 TV토론 때도 11시 넘어 마감을 마쳤다”고 말했다.

가까이서 본 대선 주자들의 모습은?
마크맨들이 가까이에서 지켜본 대선 주자들의 면모는 다양했다. 문재인 후보를 마크하고 있는 박영태 뉴시스 사진기자는 “공식 대선 레이스가 일주일 정도 흘렀는데 문 후보는 그새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초반엔 시선 처리도 잘 안 됐고 사진 찍을 위치 찾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보좌관이 얘기하지 않아도 여유 있게 돌면서 포즈를 취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를 마크하고 있는 최지용 오마이뉴스 기자는 “2012년 안 후보가 정계에 입문했을 때 가까이에서 지켜봤었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정치적 능숙함이 느껴진다”며 “순발력은 상당히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점인지 나쁜 점인지는 모르겠지만 유세 현장을 보면 당 안에서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안 후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홍준표 후보를 마크하고 있는 종합일간지 D기자는 홍 후보를 “‘독고다이’ 스타일”로 표현했다. D기자는 “가끔 기자들이 탄 버스가 길이 막히거나 해서 현장에 늦게 도착하면 이미 홍 후보가 한 바퀴 돌고 갔다고 한다. 좋게 생각하면 연출하는 걸 싫어하는 것 같다”며 “먹는 것도 왁자지껄하게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차에서 혼자 도시락 먹는 걸 즐긴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를 마크하고 있는 안윤학 YTN 기자는 “유 후보는 항상 주변을 챙긴다. 기자들 질문도 가리지 않고 지지율 질문을 열댓 번 해도 매번 대답해준다”며 “아쉬운 것은 정치철학이나 소신은 나무랄 데가 없는데 대중들에게 공감을 산다든가 감성적인 부분은 좀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유세 현장도 좀 더 신바람 나면 좋을텐데 그런 게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후보들 소통에 좀 더 신경 써 달라”
소통의 측면에선 특히 마크맨들에게서 아쉽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문재인 후보를 마크하고 있는 B기자는 “문 후보가 특히 기자들과 소통이 좀 부족한 것 같다”며 “‘백브리핑(발언자와 기자의 비공식적 문답)’ 등도 임의로 생략할 때가 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언론에 프렌들리 하지 않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실제로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를 마크하고 있는 E기자 역시 “예전보다는 소통에 있어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노력한다는 느낌만 있을 뿐 좋진 않은 것 같다”며 “안 후보가 기자들에게 입버릇처럼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안 후보 입장에선 기자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으니까 그런 것 같은데 국민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기자 입장에선 좀 더 설명을 하거나 다른 각도에서 이해를 시켜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후보를 마크하고 있는 C기자는 “홍 후보가 기자 이름이나 소속을 잘 기억한다. 대답할 때도 ‘○○○ 기자가 잘 알지’ 하는 식으로 몇몇 기자들 얼굴을 외우는 것 같다”며 “다만 백브리핑에선 기자가 물어본 내용에 충실히 답하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유세에서 언론 욕을 많이 하는데 제도권 언론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것이 전략인 것 같아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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