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8 광고는 왜 JTBC에 보이지 않나

SBS·한겨레 삼성 광고 뚝
삼성 비판보도와 연관 관측
삼성 "사실과 다르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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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앵커를 자르라는 건 가십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삼성이 광고를 끊은 게 가장 문제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손석희 앵커 교체와 관련된 압력을 받은 일이 있다는 뉴스가 나온 지난 19일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관계자의 말이다.


그가 앵커 교체 압력이 아닌 삼성 광고 중단을 강조한 이유가 있다. 복수의 중앙미디어네트워크 고위 간부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부터 JTBC에 대한 광고를 전면 중단했다. 광고 전달력 등 효율을 따지면 신뢰도와 영향력이 높은 JTBC에 갤럭시S8 광고 영상이 나오지 않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다.


JTBC뿐만이 아니다. 기자협회보가 언론사 복수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올 초부터 SBS, 중앙일보, 한겨레 등에도 삼성 광고가 대폭 줄었다. 이들 언론사에서 삼성 광고가 줄어든 비율은 50~10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광고가 10~20% 정도 줄었다는 다른 언론사 관계자들의 말을 참고하면 삼성이 언론사별로 광고 집행에 차등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올 초부터 JTBC, SBS, 중앙일보, 한겨레 등에 광고를 대폭 줄였다. 이에 대해 “광고를 무기 삼아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세계가전박람회 ‘IFA 2016’ 시티큐브 베를린 삼성전자 전시장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언론인들의 모습.	 (뉴시스)

SBS의 경우 2월부터 광고 집행이 MBC의 절반 이하로 대폭 줄었다. SBS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의 지상파 3사 광고 집행 비율이 KBS, MBC, SBS 각각 4:3:3의 비율이었는데 2월부터 MBC의 절반도 안 주고 있다”며 “안에서는 지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 SBS의 삼성 비판 보도를 광고 축소의 이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삼성이 광고를 거의 집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를 거론한 기사가 삼성의 화를 북돋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역시 삼성이 광고를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향신문 관계자는 “한때 불편한 관계였으나 해소됐다”고 전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삼성의 광고 집행 축소를 지난 2월 해체된 미래전략실(미전실)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각 계열사로부터 갹출해 광고·협찬 예산을 집행했던 미전실이 사라지면서 광고 축소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방송사 한 관계자는 “저희 역시 삼성 광고가 조금 감소된 것으로 알고 있고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삼성이 광고를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몇몇 언론사는 타깃이 돼 훨씬 많이 광고를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 SBS, JTBC 등 언론사는 지난해부터 삼성에 비판적인 보도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부터 박영수 특별검사팀 활동이 끝난 3월까지 두 달간의 보도만 살펴봐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 기간 JTBC의 삼성관련 보도는 38건, SBS는 36건으로 같은 기간 MBC 22건, KBS 15건에 비해 관련 뉴스를 2.5배가량 더 다뤘다. 보도 내용에서도 KBS와 MBC의 삼성 보도는 대부분 이 부회장의 특검 조사, 구속 등 주요 사건 전후로 이뤄졌지만 JTBC와 SBS는 시점과 관계없이 단독 기사를 쏟아내며 삼성을 비판했다.


삼성은 우호적인 보도를 한 곳과 아닌 곳으로 나눠 차등적으로 광고 지급을 해왔으며 특히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가 예정된 5월 말 이후 광고를 집행하겠다는 뜻을 여러 언론사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일간지 한 관계자는 “삼성이 우리에게 앞으로 광고효과를 따지겠다고 했다”면서 “비판적 보도와 우호적 보도를 판별해 비판적으로 보도하면 광고를 줄이고 우호적으로 보도하면 예정대로 준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다른 종합일간지 관계자도 “5월 말까지 광고 집행을 두고 보겠다고 했다”며 “그때까지 기사를 어떻게 쓰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이 비판적 보도와 우호적 보도를 판별해 광고를 축소하거나 중단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11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 이후 삼성은 비판적 보도를 한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일체 중단한 적이 있다. 당시 삼성의 신문광고비 총액에서 각 신문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경향과 한겨레 모두 5%대였으나 2009년 각각 0.03%와 0.02%로 급락했다. 한겨레 한 기자는 “당시 삼성은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근거로 우호적인 보도를 해왔는지를 따졌다”면서 “후에 이건희 회장 사면 국면 때 다시 보도 태도를 보고 광고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포화를 한 번 맞고 나서 광고를 빌미로 우호적 보도를 요구하는 건 삼성의 상투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광고효과를 따지는 건 기업의 자유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방송사 한 기자는 “철저히 경제적인 논리로만 봤을 때도 삼성의 광고 집행 행태는 이해할 수 없다. JTBC와 SBS의 시청률, 콘텐츠 경쟁력이 다른 언론사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졌느냐”며 “그보다 광고를 무기 삼아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특정 매체에 대한 광고 중단은) 사실과 달라 이와 관련해서 드릴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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