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손준현은 한겨레를 사랑한 기자…기억해달라"

고 손준현 기자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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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는 콧등에 낮게 걸친 안경 너머 날카롭게 빛나던 고인의 눈동자를 마주할 수 없습니다. 이제 다시는 회사 앞 스핑크스에서 맥주잔을 앞에 두고 세상 모든 고민을 짊어진 듯 대화하고 논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육신이 사람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먼저 세상을 떠난 한겨레의 많은 벗들처럼, 고인도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리라는 것을. ‘꿈꾸는 자작나무’ 같던 고인이 미처 이루지 못한 꿈, 남아 있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 이루도록 애쓰겠습니다.”


▲고 손준현 기자의 유해가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편집국에 위치한 자신의 자리를 둘러보고 있다.(한겨레)

‘예술을 사랑한 낭만적 글쟁이’ 손준현 기자의 장례가 25일 사우장으로 치러졌다. 이날 새벽 5시 빈소를 떠나 화장장을 거쳐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도착한 고인의 유해는 편집국이 위치한 6~7층을 둘러본 후 3층 청암홀에 자리했다. 유가족을 비롯해 양상우 사장, 이제훈 편집국장 등 한겨레 임직원 300여명은 영결식에 참석해 고인이 영원한 안식을 취할 수 있기를 빌었다.


이제훈 편집국장은 고인과 입사 동기인 정태우 선임기자와 함께 쓴 조사를 읽으며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편집국장은 고인을 ‘탁월한 편집기자’이자 ‘현장을 사랑하는 기자’ ‘사람을 사랑한 기자’라고 소개한 뒤 “동기인 정태우 선임기자는 고인을 ‘한그루 꿈꾸는 자작나무’에 비유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베리아의 광활한 대지와 맵찬 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자작나무에서, 온갖 풍파에도 올곧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겨레 그 자체를 꿈꿔온 고인을 본다”고 전했다.


이어 유가족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담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시대와 세상, 사람과 한겨레를 사랑했기에 고단했던 고인이 고통 없는 세상에서 평안하기를, 이곳의 가족을 영원히 잊지 않기를, 한겨레의 벗들과 늘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화부 동료인 노형석 기자도 추도사를 통해 고인을 잃은 슬픔을 전했다. 노 기자는 “주말에 출장을 갔다 돌아오니 당신은 세상에 없었다. 당신이 영영 사라진 뒤에야 작별의 인사를 올리는 사실이 한없이 무겁고 고통스럽게 다가온다”며 “손 선배는 공연을 담당하면서 냉정한 관찰자로서 또는 가슴 깊이 교감하는 관계로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공연 안에서 어떠한 인상을 받았으며 나 자신은 예술의 세계 속에서 과연 어떤 존재인지를 절절하게 얘기해주셨다. 비단 기사뿐만 아니라 선배는 열악한 업무 여건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고 끊임없이 말을 걸며 후배들 동료들에게 힘을 주는 활력소가 됐다”고 회고했다. 


노 기자는 “퇴근주를 마시면서 공연계, 문화판 이모저모를 얘기하는 것도 저와 손 선배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며 “이제 더 이상 그런 즐거움, 그런 추억을 만들 수 없다. 그 추억을 가슴에 묻으며 손 선배를 이제 보내려 한다.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전했다.


▲한겨레 임직원들이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열린 고 손준현 기자 영결식에서 헌화하고 있다.(한겨레)


유가족은 한겨레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부인 정현주씨는 “제가 아는 남편 손준현은 한겨레를 아주 사랑하는 기자였다. 한겨레를 너무너무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며 “세심하게 무사히 장례를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한겨레 임직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 저희 남편을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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