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위기의 언론 생존방법…대선 끝나도 지속돼야"

'팩트체킹' 펴낸 정재철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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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뉴스가 많이 보도된다. 필요야 있지만 사실 선거관리위원회나 경찰 같은 데서 고민할 대목 아닐까. 언론은 검증을 어떻게 잘 할지 관심 가져야 하지 않나 싶다. 그게 우리 역할이지 않나.”


모두가 ‘팩트체크’를 말한다. ‘진실’에 대한 간절함은 ‘거짓’의 범람과 맞닿아 있다. 지금 여기, 우리가 사는 시대에 대한 얘기다. 지난해 6월 ‘제3회 글로벌 팩트체크 서밋’, 세계 100여 명의 팩트체커들이 모인 자리에는 정재철 내일신문 기자도 있었다. 이들은 2017년 4월2일, 만우절 다음날을 제1회 ‘국제 팩트체킹 데이’로 선포했다. ‘거짓’의 날 뒤에 따르는 ‘검증’의 날. 일종의 뼈 있는 농담이다. 이 당위와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의 괴리. 현직 언론인으로서, 제1,2,3회 팩트체크 서밋에 모두 참석한 국내 유일한 참석자로서 정 기자는 자신이 낸 책 ‘팩트체킹’이 “스스로에 대한 비판”이며 “현업을 함께 뛰는 동료와 자신의 고민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정재철 내일신문 기자

팩트체크에 대한 관심은 우연하게 시작됐다. 언론재단이 지원하는 연수를 통해 2013년 미국 듀크대에서 약 1년 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폴리티팩트’의 설립자이며 퓰리처상을 받기도 한 빌 어데어 교수와의 만남이 많은 것을 바꿔 놨다. 그저 말을 옮기는 데 바빴던 정치부 기자 시절의 갈증과 빌 교수를 비롯한 세계 팩트체커와의 만남이 이렇듯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시차 때문에 전원구조 뉴스 속보를 보고 잠들었는데 다음 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멘붕이 왔다. 언론이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싶었다. 이런 게 정말 필요하구나 싶었다.”


그곳에서의 인연은 인터뷰 등을 통해 고스란히 이번 책에 담겼다. 빌 교수, 앤지 홀란(폴리티팩트 편집장), 글렌 케슬러(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 미셸 예희 리 등 1류 팩트체커들이 그들의 원칙과 기준, 태도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정 기자는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로 앤지 홀란을 꼽았다.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수 백 수 천 가지 자료를 고민하고 접근하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철두철미함을 얘기했다. ‘아, 이게 어느 순간 잃어버린 측면 아닌가’ 생각했다. 잘못된 팩트체크를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정 기자는 콘텐츠 자체로서도 ‘팩트체크’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국정농단에서 언론의 역할과 대선 정국의 분위기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만큼 이를 “승화시켜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언론의 ‘원칙’이나 ‘기본’과 맞닿아 있는 팩트체크를 살려나가는 게 위기의 언론이 생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피노키오 코’ 등의 형태로 등급을 매긴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게 수용자 입장에서 훨씬 쉽게 받아들이고 인상에 남을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미디어 기법을 반영하고 녹여내려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포스트 트루스’ 시대에도 팩트체커의 역할은 유효할 수 있을까. 이들의 활약에도 미국에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결과가 나왔는데 말이다. 정 기자는 “선거는 끝이 아니다. 트럼프의 거짓말은 두고두고 질곡이 돼 그를 힘들게 할 것”이라며 “끊임없는 검증이 부담이 돼 본인 태도를 바꾸거나 정책을 바꾸는 식으로 작용할 거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건 지구력”이라며 “대선이 끝난다고 정치인의 거짓말이 끝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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