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노조 "지난해 적자 원인은 지주체제 탓"

지난해 영업손실 89억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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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합니다. 회계처리상 27기 재무제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재무제표라고 생각됩니다.”


24일 서울 목동 SBS 본사 13층 SBS홀에서 열린 제27기 SBS 정기주주총회장. 감사보고, 영업보고 등이 끝나고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이 안건으로 올라오자 손을 번쩍 들어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있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이었다. 이날 SBS노조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총장에서 지상파 3사 중 유일한 적자를 기록한 SBS의 경영실패에 대해 책임을 추궁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이 24일 열린 제27기 SBS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 본부장은 “SBS는 지주회사 SBS미디어홀딩스 체제 하에서 다른 계열사들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SBS의 경영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홀딩스 체제 하에 있는 타사들의 경영실적을 함께 볼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공시를 통해 타 계열사들의 경영실적을 살펴본 결과 SBS의 이익이 부당하게 외부로 이전되고 특정 대주주의 이익에 공모하는 경향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SBS의 지난해 매출액은 798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0억원이 늘었다. 하지만 영업비용이 752억원 증가하면서 89억원의 영업적자와 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측은 지난해 영업적자 전환된 주된 이유로 지상파 광고시장의 위축을 꼽았다. 지난해 지상파 광고시장은 전년대비 15%가량 감소했는데, SBS의 광고매출 역시 2015년보다 15%(653억원)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조는 광고시장 여건 외에 SBS의 지주회사 체제가 적자 전환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계열사들에 대한 퍼주기 계약과 부당지원 탓에 SBS콘텐츠로 창출된 수익이 제대로 귀속되지 못하고 줄줄 새 나갔다는 것이다. 실제 SBS가 2015년 400억원대 흑자에서 지난해 적자 전환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SBS콘텐츠허브의 영업이익은 115억원에서 144억원으로, SBS플러스의 영업이익은 109억원에서 132억원으로 늘었다. 


윤 본부장은 “SBS콘텐츠로 편성의 4분의 3을 채우고 있고 SBS로부터 일감의 90% 이상을 받고 있다고 공시한 SBS플러스와 SBS콘텐츠 거래 등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SBS콘텐츠허브는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정작 콘텐츠를 제작한 SBS는 적자”라며 “공정성이 심각하게 결여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 대주주인 홀딩스 및 다른 계열사 두 곳이 대규모 현금 배당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SBS콘텐츠허브와 SBS플러스는 각각 21억5000만원, 11억5000만원을 현금 배당했고 SBS미디어홀딩스 역시 35억원을 배당했다. 반면 SBS는 올해 적자 등을 이유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주지 못 했다. 윤 본부장은 “결국 이익을 보는 사람은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인 태영”이라며 “챙겨가는 현금이 20억원이 넘는다. 이것은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심대하게 침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부당한 경영자문료 지급과 웹 에이전시 용역에 대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다. 조춘동 언론노조 SBS수석부본부장은 “매년 홀딩스가 계열 회사들에게 60억원 정도의 경영자문료를 받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SBS가 컨설팅 인원과 조직을 흡수해 자문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SBS는 홀딩스에 경영자문을 해줬음에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경영자문료 16억원을 지급했다”며 “문제를 제기하니까 회사는 올해부터 약 8억5000만원의 자문료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도 분명히 자문을 했는데 자문료를 받지 않은 것은 명백한 배임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SBS가 흑자 회사인 콘텐츠허브에 웹에이전시 비용을 대폭 올려줬는데 문제를 제기하니까 올해는 그 비용을 원 위치시키겠다고 하고 있다”며 “이렇게 따지면 경영자문료 명목 25억원, 웹에이전시 비용 추가 지급으로 26억원, 약 50억원 넘게 이익이 유출된 것이다.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이날 주주총회에 앞서 출근길 피켓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이를 토대로 △기존 콘텐츠 판매 계약 백지화 △부당한 경영자문료 지급 중단 및 이익 상충 업무 수행 중단 △웹에이전시 용역 공개 입찰 전환 등을 요구했다. 또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SBS이사회의 상임이사 전원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면서 이날 주총에서 이사 선임 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표결 절차를 거치기도 했다. 또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과 관련해서도 “보수한도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박정훈 SBS 사장은 노조의 지적과 관련해 “지주회사 체제는 2008년 방송의 독립성을 강화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있었고 당시 노조도 의견을 같이 해 출범한 것”이라며 “지난해 경영환경이 악화된 건 광고시장 축소 때문이다. 광고 판매에 차질이 빚어졌고 올림픽 때문에 제작비가 670억원 가량 상승해 적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사장은 “그럼에도 노사가 모여서 올해 안에 콘텐츠 요율 변경과 지주회사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포함해 지혜를 모을 계획을 세웠고 진행 중에 있다”며 “저희가 이런 상황을 방치하는 건 아니다. 필요하면 올해 말까지 계약돼 있는 콘텐츠 요율 협정도 올해 안에 재검토할 수 있다. 노사가 긴밀히 협력해 모두 수긍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가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조합원 4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합원들의 97.6%가 현행 지주회사 체제를 SBS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결정적 걸림돌이 된다고 봤다. 현행 지주회사 체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83.2%가 SBS 수익의 부당한 유출을 꼽았으며 경영책임 회피와 대주주의 전횡을 지적한 응답도 7.1%로 뒤를 이었다.


또 현재의 지주회사 체제가 지속될 경우 SBS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75.9%였으며 수익기반 약화로 자본권력에 대한 ‘눈치보기’가 극심해져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대답도 12%를 넘겼다.


SBS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떻게 체제를 개편할지에 대한 질문엔 48.1%가 콘텐츠 유통 및 판권 확보 등 핵심 기능을 SBS로 가져오는 직영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아예 지주회사를 없애고 과거 체제로 돌아가자는 의견도 47%에 달했다. 반면 지금의 홀딩스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주총 전 출근길 피켓시위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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