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 기자들은?

[언론 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헌법재판관들은 만장일치로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다. 대통령의 위법 행위보다 위법 행위가 밝혀진 이후에도 헌법 수호나 법치 의지가 안 보인다는 점에서 불가피하다고 보았던 것 같다. 탄핵은 대통령이 저지른 행위에 책임을 묻는 것 못지않게 그런 오류가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논리를 원용하면, 다시 이런 악폐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능하고 위법한 대통령과 그런 대통령을 앞세워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던 질서를 청산해야만 한다. 촛불 시민들의 ‘이게 나라냐’와 ‘탄핵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는 구호가 이를 함축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대통령이 탄핵되고 드디어 검찰 수사를 받으러 출두하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국정농단을 가능하게 했던 질서 그 자체가 변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예측했던 대로 탄핵 이후 정국은 대선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듯 보이고,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는 변화의 요구와 무관하게 구질서가 작동한다. 비록 국정교과서 채택 책동은 각성한 국민들의 저항으로 막아냈지만, 한반도 위기를 심화시킬 사드 배치는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비정규직 천만의 극심한 불평등에서 비롯한 허약한 경제 체질 개선 논의는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제 어디서나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사회적 재앙에 대비할 수 있는 정치경제사회구조의 근본적 변화 논의를 접하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한 언론의 존재를 떠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국정농단을 미연에 막을 수 있었던 것도, 미래의 재앙에 대비하는 것도 언론의 몫이라면 과한 해석일까? 언론은 주권자를 대신해 정치경제사회 권력자들을 비판·감시·견제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의제를 던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언론(사주)이 스스로 권력이 되어 또 다른 권력들과 유착하였기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 있다 치자. 그럼 앞으로는?


부역언론인을 청산하고, 언론 장악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선결과제다. 하지만 오랜 관행으로 구질서에 순응하여 언론인으로서 스스로의 임무를 망각한 듯 보이는 수많은 기자들의 각성 없이 언론의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JTBC 뉴스 부문 사장이자 뉴스룸 앵커인 손석희는 저널리즘의 의미를 언급하며 삼성이나 홍석현 전 회장도 비판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암시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발언이 꼭 필요한 현실이다.


언론인은 사적 존재일까? 공영언론과 달리 사영 언론은 사적 영역이고 그래서 그 속에서 일하는 언론인들은 단순한 생계형 직업인일까? 헌법 21조는 기본권으로서 언론의 자유를 특별히 보장하고 있고, 언론인들은 취재 과정에서 막히면 자연스럽게 이를 떠올릴 것이다. 그럼 언론과 언론인은 헌법이 기본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충실하게 활동해야 마땅하다.


의료인이 본분을 저버리는 행태를 하면 으레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떠올린다. 의료를 생계로 하는 직업인이지만 의사들이 지켜야 할 직업윤리가 있다는 뜻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향유하는 언론인들 역시 직업윤리가 있다. 비록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언론이 지켜야 할 기본가치를 담고 있는 신문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이 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강령이나 실천요강을 읽어 본적이 있는지, 아니 일부 기자들은 존재나 아는지 의문이다.


언론이 변하려면 제도 못지않게 주체인 기자들의 능동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강령과 실천요강을 읽고 이를 실천하려 노력하는 더 많은 기자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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