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원, 기증 제대혈 불법 투여

제31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부문 / SBS 이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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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영 SBS 기자

영원한 젊음, 누구나 꿈꾸는 겁니다. 안 되는 걸 알기에 우리는 최대한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늙어가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돈과 권력으로 젊음을 사려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병원 회장 가족입니다. 그들은 갓 태어난 아이의 탯줄에서 나온 혈액 주사를 마음대로 맞았습니다. 그들과 친한 지인들, 차움 병원의 고객들도 마찬가집니다. 그렇게 제대혈은 상위 1%, VIP의 회춘을 위해 쓰였습니다.


산모들이 믿고 다니는 병원의 회장 가족이 저지른 일이라기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넘는 해명의 시간을 줬지만 병원 측은 연구 목적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그 누구도 연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고, 연구 기록도 없었습니다. 불법 제대혈 주사뿐 아니라 불법 면역세포치료까지 받은 증거가 나왔습니다.


이 제대혈은 결국 필요한 사람들에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보도 이후 뇌성마비 환우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의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병원이 정작 환아들에게는 임상 참여 조건으로 수백만원의 후원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힘이 없으면 너무나 간절하고, 꼭 필요해도 힘 있는 사람들에게 뺏길 수밖에 없다는 부모님의 말. 회장 일가는 환자들에게 희망 대신 깊은 좌절과 상처를 안겼습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무색하게 만든 병원 일가는 곧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차병원의 국가 기증 제대혈 은행 자격도 박탈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발의했던 제대혈법은 국가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져 허술한 점이 많습니다. 제대혈 사용부터 관리까지, 철저하고 구체적인 지침이 마련돼야 합니다. 권력이 모성까지 유린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계속해서 지켜보고 보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뛰어준 우리 사건팀과 모든 선후배 동기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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