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밝혀진 계엄군의 5·18 헬기사격

제317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배동민 기자

▲배동민 뉴시스 광주전남본부 기자

세월호와 5·18은 닮았다.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고, 재앙과도 같은 참사의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 대다수 국민이 알고 있지만 그들은 “책임이 없다”며 거짓을 말하고 있다.


전일빌딩이 37년간 품어왔던 헬기 사격 탄흔은 “헬기 사격은 없었다”, “자위권 발동”이라는 신군부와 계엄군의 주장을 완벽히 뒤집는 증거다. 무려 37년이다. 그런데도 5·18의 진실 규명은 미완으로 남아 있다.


양심 고백이나 진정한 사과도 없었고 국가의 정식 보고서조차 없다. ‘북한군의 만행’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있고 민주주의를 외치다 산화한 5월 영령들을 ‘빨갱이’로 내몰며 명예를 욕되게 하고 있다. 전일빌딩 탄흔은 ‘진실은 절대 침몰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줬다. 거짓과 진실을 감추려는 어떠한 공작도 역사와 시간 앞에서 반드시 밝혀진다는 묵직한 경고의 메시지다.


이를 계기로 5·18의 진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5·18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입을 모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총격 의혹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은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한민구 국방부장관도 “적극 협조하겠다”며 국과수 감정 이후 헬기 사격과 관련한 국방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광주시는 5·18 진실 규명 전담조직을 만들어 전문 인력을 확충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보관해온 1200만쪽 분량의 5·18 극비문서와 80년 5월 외신기자로 활동했던 미국 저널오브커머스의 팀 셔록 기자가 기증한 5·18 관련 미 정부기관 극비문서도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5·18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역사의 단죄를 받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5월 단체 어느 회원의 말이 생각난다. “40년이 다 돼간다. 우리도 이제 용서하고 화해하고 싶다. 5월 대동정신도 그것을 원하고 있다.” 속죄와 반성 없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속죄와 반성의 첫걸음은 진실 규명이며 이는 우리 시대의 사명이다. 진실을 감추고 있는 자들에게 전일빌딩의 탄흔이 경고한다.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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