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제휴평가 1년…어뷰징 그대로 제재 시늉만

신규매체에 장벽 높고
입점매체 제재는 인색
군소매체만 노출 중단
변형 어뷰징 속수무책

  • 페이스북
  • 트위치

네이버·카카오의 입점 및 퇴출 심사를 진행한 제1기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된다. 지난해 3월 활동을 개시한 지 1년 만이다.


평가위가 출범한 건 네이버와 카카오측의 요청 때문이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제휴 대상 선정 및 계약연장에 있어서 공정성 시비 △일부 제휴대상 업체의 사이비언론 행위 △어뷰징 기사 양산 등 저널리즘의 질적 하락 같은 문제를 내부적으로 통제·조율하기가 어렵다며 언론관계단체에 협조를 구했다. 언론 유관단체 및 이용자 단체 등은 이에 30명의 위원으로 평가위를 구성하고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다.


그러나 언론계에선 평가위 활동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불만이 제기됐다. ‘인터넷 생태계를 건전하게 육성하겠다’는 출범 초기 목표는 헛된 구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궁극적으로 평가위가 인터넷 생태계를 정화시킬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는지 되묻는 이도 생겨났다.


▲네이버·카카오의 입점 및 퇴출 심사를 진행한 제1기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된다. 평가위원들과 언론사 관계자들은 평가위 활동으로 어뷰징이 일정 부분 사라졌지만 입점·퇴출과 관련한 공정성 시비, 저널리즘의 질적 수준 제고는 여전히 멀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네이버·카카오의 제재 심사 결과 안내문과(왼쪽부터 반시계 방향) 카카오 제휴 언론사 목록, 지난해 1월 평가위가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발표하는 모습.

기자협회보는 제1기 평가위 임기 종료 시점에 맞춰 평가위의 지난 활동을 짚어봤다. 출범 초기 평가위의 목표는 잘 지켜졌는지, 평가위 활동을 둘러싼 언론계의 불만은 오해인지 진실인지, 궁극적으로 평가위가 바람직한 모델인지 등을 평가위 위원들과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입점·퇴출, 공정성 시비는 사라졌나
지난 17일 평가위는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관련 정례회의를 열고 제2차 뉴스검색제휴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총 686개 매체 중 46개 매체가 신규 검색제휴사로 선정됐다. 최초 신청 기준 비율로는 6.71%. 지난 1차 심사 통과비율 11.63%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였다. 앞서 지난해 5월엔 총 602개 매체 중 70개 매체가 검색제휴 평가를 통과했다.


검색제휴는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지난해 10월 뉴스콘텐츠제휴 및 뉴스스탠드제휴 평가 결과에선 단 10개사만이 평가를 통과했다. 스탠드제휴에서 9개사, 콘텐츠제휴에서 1개사였다. 특히 네이버 콘텐츠제휴사로 선정된 곳은 한 곳도 없어 신청 언론사들의 반발이 컸다.


높은 진입장벽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박대출 장유한국당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 “평가위가 콘텐츠제휴 평가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터무니없이 높은 기준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위 활동을 했던 A위원도 “규정이 상당히 까다로워 점수대로 자르다보면 통과한 데가 적었다”면서 “평가 대상도 너무 많아 일일이 점수를 매기기가 불가능해 모두들 고통과 양심의 가책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높은 진입장벽은 기존 입점 매체의 기득권 문제로 연결돼 더 큰 불만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인터넷 언론사 B기자는 “기존 매체들이 진입하고자 하는 매체보다 훨씬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진입장벽만 높고 퇴출은 없었다”면서 “인터넷 생태계를 정화하려면 오히려 입점은 어느 정도 개방하고 룰을 어기면 바로 퇴출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평가위가 나름대로 기존 입점 매체에 메스를 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평가위 활동을 했던 C위원은 “평가위 내부적으로 큰 매체에 칼을 대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얘기들을 했었다”면서 “실제로 한 종합일간지와 한 지상파 방송사는 문제가 계속 발생해 경고에 못 미치긴 하지만 점수가 쌓여 갔다”고 전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월별로 공지한 지난해 제재 심사 결과에 따르면(중복 가능) 네이버와 카카오에선 각각 4개사, 2개사가 ‘24시간 노출 중단’을 당했고 1개사가 ‘48시간 노출 중단’을 경험했다.


최근엔 평가위가 기존 입점 매체에 대한 재평가 규정을 확정하기도 했다. 평가위는 지난 17일 양 포털사에 제휴된 매체 전체를 대상으로 이전 12개월 동안의 누적 벌점을 계산해 5점 이하일 경우 재평가 1차 심사를 통과시키고 누적 벌점이 6점 이상일 경우 재평가 심사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지 D기자는 “지금까지 벌점으로 퇴출된 곳이 없는데 과연 재평가로 퇴출될 곳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면서 “노출 중단을 당한 곳들은 다 군소매체 아니었느냐. 재평가가 선언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매체 규모에 상관없이 단호하게 퇴출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은 질적으로 나아졌나
평가위의 주된 목적 중 하나는 저널리즘의 질을 하락시키는 ‘중복·반복 기사(어뷰징)’ 등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평가위원들과 디지털뉴스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어뷰징이 줄어들었다는 데는 동의했다. 평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E위원은 “네이버·카카오 쪽 사람들과 여러 방법을 찾으면서 어뷰징이 전체적으론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고, 디지털뉴스를 담당하는 종합일간지 F팀장도 “예전엔 실시간 검색어에 연예인 키워드가 뜨면 똑같은 기사가 300개씩 나왔었는데 요즘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면서 “전문 어뷰징팀을 운영하던 일부 언론사에선 평가위 이후 팀이 없어지기도 하지 않았나. 변형된 형태로 어뷰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수가 준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시간검색어가 남아있는 한 어뷰징이 완전히 근절되긴 어렵다는 주장은 여전했다. 디지털뉴스를 담당하는 지역 언론사 G부장은 “아직도 일부 언론사에선 ‘어뷰징만이 살 길’이라며 이전과는 다른 유형의 중복된 기사를 생산한다”면서 “그 이유는 실검이나 클러스터링 제도 때문이다. 포털이 구글처럼 가지 않는 한 언론사가 쉽게 트래픽을 벌 수 있는 유혹을 떨치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극적 단어를 쓴 낚시성 기사가 여전해 저널리즘의 질적 수준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었다. 뉴스스탠드가 대표적이다. 김종목 경향신문 모바일팀장이 지난달 30일 기자칼럼에서 뉴스스탠드를 브리핑한 것을 보면, 제목만으론 종합지와 경제지, 연예지, 성인잡지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제목 뽑기와 성적 상품화·대상화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를 담당하는 종합일간지 H팀장은 “체감상으론 이전보다 10~20% 정도 선정적인 기사나 큐레이션이 줄긴 했다”면서도 “기본적인 건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일부 경제지나 종합일간지에선 여자 노출이나 본질과 어긋난 기괴한 뉴스들이 살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플랫폼이 다각화된 현실에서 평가위의 노력만으로는 저널리즘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뉴스를 담당하는 경제지 I팀장은 “페이스북만 봐도 저널리즘의 질적 수준을 높이자는 구호가 얼마나 허망한지 알 수 있다. 인사이트 같은 몇몇 뉴미디어 매체들은 정말 ‘쎈’ 것들을 내보낸다”면서 “페북이나 다른 플랫폼들은 여전한데 포털만 정화시킨다고 언론계의 잘못된 풍토가 사라지나. 평가위 모델은 포털 서비스를 대신 청소시켜 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평가위 모델은 옳은가
평가위 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방송사 J국장은 “평가위의 활동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평가위가 정말 실존해야 하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면서 “인터넷 생태계 정화에 있어 본질적인 건 포털의 편집 방향이나 시스템인데 평가위는 그걸 다루는 곳이 아니다. 우리가 본질은 놔두고 곁가지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F팀장은 “원칙적으로 따지면 평가위가 무엇을 평가하고 결정하는 구도 자체가 웃기다”면서도 “그동안 어뷰징 등 기존 시스템을 막기가 어렵지 않았나. 제3의 기관을 둔 것이 인위적이긴 하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식의 부정적 일들이 많았기 때문에 평가위엔 일정 부분 순기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C위원은 “평가위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는 내부 운영방식에 대한 동의 또는 비동의로 보인다”면서 “좀 더 평가위를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언론들이 공식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채널 등을 확보한다면 긍정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평가위를 평가하기엔 너무 빠르다”면서 “제2기 평가위에서는 많은 불만들이 해소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


평가위 활동 이후 언론사 PV 13.7%, UV 16.9% 하락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활동한 이후 언론사의 페이지뷰(PV)와 순이용자(UV)는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그동안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위 심사가 시작된 이후 PV와 UV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울상을 지어왔다.


기자협회보가 시장조사기업 랭키닷컴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0~12월 종합일간지·경제지 19곳의 월간 평균 PV는 약 4222만이었으나 지난해 10~12월 월간 평균 PV는 약 3641만으로 13.7%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UV의 경우는 2015년에 비해 지난해 수치가 16.9% 하락했다.


하락폭은 종합일간지보다 경제지가 더 컸다. 종합일간지의 지난해 PV는 2015년에 비해 10.6% 하락했지만 경제지는 18.7% 떨어졌다. UV의 경우에도 종합일간지는 11.8% 하락했지만 경제지는 21.4%나 감소했다.


다만 일부 언론사들은 평가위 심사 이후 PV와 UV가 늘어나기도 했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경제는 특히 2015년에 비해 지난해 PV가 59.1% 증가했고 한국일보(25.5%), 한겨레(19.8%), 경향신문(2.8%)도 PV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강아영 기자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