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시대에서 삶의 지혜를 찾다

[그 기자의 '좋아요'] 최인한 한경닷컴 대표 직무대행

▲최인한 한경닷컴 대표 직무대행

인생의 좌표를 잃고 혼란에 빠질 때가 있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신문사에서 근무하다 보면 캄캄한 한밤중 절벽에 다다른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저성장이 이어지고 정국마저 어수선한 혼돈기에는 기자생활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삶의 방향을 잡기 어려울 경우 역사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나간 ‘역사’ 속에 미래로 가는 ‘열쇠’가 숨어 있다. 1988년 말 한국경제신문 입사 이후 회사 업무로 인연을 맺은 ‘일본’에서도 삶의 지혜를 얻는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룬 일본 근·현대사에는 참고할만한 정보가 많다.


출판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1542~1616년)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대망>은 식자층에서 꾸준히 인기다. ‘21세기북스’가 2010년 펴낸 <기다림의 칼>은 절판돼 대형 서점에도 책이 없다. 하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아 중고서적 사이트에서 고가에 거래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전국시대를 ‘인내’와 ‘기다림’으로 살아남았다. 17세에 첫 전투에 나가 74세에 맞은 오사카 여름전투까지 58년을 전쟁터에서 보냈다. 생애의 대부분을 2인자 지위에 머물다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세력을 꺾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일본인들은 이들 세 명의 무장 가운데 이에야스를 가장 좋아한다. ‘인내’를 미덕으로 꼽는 일본인들의 기질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도쿠가와막부를 열어 메이지유신(1868년)까지 260여년의 평화시대를 이끈 이에야스는 후손들에게 ‘유훈집’을 남겼다.


그의 유훈집은 ‘인내’를 강조한 내용들로 가득하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절대로 서둘러선 안 된다.” “인생에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래야 인간이 성숙해진다.” 힘없는 작은 성의 영주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수모를 겪은 뒤 최후의 승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난세를 사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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