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제31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2부문 / 조태성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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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한국일보 기자

수상작을 보니 대부분 국정농단 관련이네요. 그래선지 받아도 기쁘다기보다는 우울합니다. 어찌 보면 기자라는 직업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겠지요.


수상소감을 쓰려고 앉으니 시간은 쑥 과거로 되돌아갑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졌던 것은 지난해였지만 소문은 2014년부터 돌았습니다. 지원하는 쪽에서는 힘들어 죽겠다는 푸념이, 지원받는 쪽에서는 대체 요즘 지원 선정되는 곳을 보면 아는 곳이 없느냐는 하소연이었습니다. 처음엔 투정, 푸념 아니겠냐 생각했었습니다. 그치지 않고 이어지던 이런저런 투정과 푸념이 지시하는 방향은 딱 하나였습니다.
“리스트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취재를 해보니 정황과 진술은 넘쳐나지만, 똑 떨어지는 뭔가가 없었습니다. 소액다수 지원이다 보니 한꺼번에 취합해서 정리하더라도 맥락을 잡기가 애매했습니다. 더구나 지원사업은 담당자가 딱 정해져 있어 무슨 사업, 하면 바로 담당자가 노출되는 구조입니다. 모두가 알지만, 그 어느 누구도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걸 찾기 위해 제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물이 9473명 리스트입니다.


지금 제가 제일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건 지원사업기관 직원들의 사기입니다. 이런 리스트로 한번 조직을 휘저어놓으면, 그 조직 내 반목과 알력은 무시 못 할 수준일 겁니다. 문화예술쪽은 돈은 못 벌어도 제 좋은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만나면 무척이나 밝다는 점일 겁니다.


그런데 블랙리스트 이후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못 믿는, 그런 상황이 제법 되는 것 같습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직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무슨 건에 대해 누가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이냐일 겁니다. 이 파문이 온전하게 정리된 뒤, 이 모든 바람이 잦아든 뒤 그분들 모두가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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