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색 한창때 朴은 미용시술 흔적

제31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박서강 한국일보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박서강 한국일보 기자

세월호 수색이 한창이던 그때, 대통령의 얼굴엔 피멍과 주삿바늘 자국이 선명했다. 대화와 위로가 절실했던 희생자 가족을 ‘순수하지 못한’ 세력이라며 외면한 대통령은 몰래 아름다워지는 시술을 받고도 태연했다. 그런 그녀 얼굴에서 시술의 흔적을 발견한 순간 ‘엽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일말의 책임감도, 염치마저도 내동댕이친 무표정한 얼굴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잔혹 동화의 한 장면을 상상했다.


시간이 갈수록 젊고 팽팽해지는 대통령 얼굴이 신기하고 궁금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4만여 장의 사진을 분류하고 얼굴 형태의 변화를 조목조목 따져봤다. 그 결과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미용시술을 받아온 정황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피멍이나 주사바늘 자국은 발견하지 못했다.


2주간의 1차 분석을 마무리한 후 미용시술과 ‘세월호 7시간’의 연관성에 집중했다. 참사 전후 촬영된 대통령 사진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당일 시술을 받았다고 주장할만한 뚜렷한 단서는 찾을 수 없었다. 당시 청와대가 제공한 사진의 해상도가 크게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차선책으로 일주일씩 분석 범위를 넓혀갔다. 그러던 중 2014년 5월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대통령 얼굴에서 시퍼런 피멍을 발견했다. 같은 날 촬영된 여러 장의 다른 사진에서도 피멍은 선명했다. 분석 범위를 재임 기간 전체로 확대해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나타난 피멍과 바늘 자국 다수를 찾아냈다.


사진을 본 의사들은 미용시술의 흔적이 거의 100% 확실하다는 소견을 밝혔고, 보도 후 대통령의 미용시술은 기정사실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의혹은 여전하다. 대통령이 도대체 누구에게 미용시술을 받았는지, 얼마나 자주 수면유도제를 맞고 정신을 놓았는지, 시술 비용은 얼마를 어떤 방법으로 누가 지불했는지, 이 과정에 개입한 조력자는 누군지 등등.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진실은 결국 밝혀지겠지만 그 시간을 앞당겨야 할 책임은 지금 우리의 몫이다. 수상 소식에 더욱더 무거워진 책임감을 느낀다.


박서강 한국일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