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위의 세계

제31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남지원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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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원 경향신문 기자

“팔팔하던 연어가 저렇게 불쌍하게 죽어서 포장되고 있어요. 연어알에서 막 깨어난 갓난 연어부터 새끼연어, 어른 연어, 사망한 연어 다 봤네요.”

지난해 9월, 시리즈 1회차 ‘연어는 만들어진다’를 취재하러 노르웨이 올레순으로 날아간 선배가 취재팀 카카오톡 채팅방에 남긴 글이다.


세계 최대 연어양식업체인 마린하베스트의 이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연어 100만 마리가 파이프로 공급되는 사료를 받아먹으며 자란다. 크릴새우를 먹은 연어에게서는 자연스럽게 나왔던 속살의 붉은색은 화학적으로 합성된다. 잘 손질된 연어는 72시간만에 한국의 대형마트에 진열된다. 생물인 물고기와 대량생산되는 수산물의 간극은 크다. “연어는 좋지만 꼭 전 세계인들이 연어를 이렇게까지 많이 먹어야 할까”라는 의문을 나눴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우리가 맥주안주로 대충 집어먹는 닭강정의 주재료인 브라질산 닭은 왜 그렇게 가슴 부위만 커져야 했는지. 병아리콩과 렌틸콩이 한국에까지 유행인데 콩의 본산인 이집트의 농부들은 왜 더 이상 콩을 기르지 않는지.


취재와 기사작성 과정에서는 선악의 틀에 갇히지 않고 문제를 찾아내 고발하겠다는 강박관념도 가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단지 우리의 먹을거리가 생산되는 현장이나 우리의 식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만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한다면 취재팀의 고민 역시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지난한 시간이었다. 기획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1월, 취재 준비를 시작한 것은 5월이고 8월부터 9월까지 현지취재를 완료한 뒤 10월부터 12월까지 연재를 했으니 1년을 꼬박 바친 셈이다.


각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선뜻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집에 초대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들 덕에 무사히 연재를 마칠 수 있었다. 낯선 나라에서 온 취재진을 환대해준 세계 곳곳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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