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룰라'…중남미 좌파 부활의 전주곡?

[글로벌 리포트 | 남미]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작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과 지방선거 참패 이후 위축됐던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파 정부가 약속한 성장과 일자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사법 당국의 수사를 통해 우파 정부 인사들의 부패 실상이 차례로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와 실망감이 확산한 결과다. 정상적인 선거를 치르지 않고 탄핵으로 정권을 넘겨받은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취약한 정당성도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2017년이 시작되면서 브라질 정치권은 일찌감치 대선 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유력 대선주자들을 소개하며 2018년 10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의 승부를 점치느라 바쁘다.


2018년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변수가 많다. 국영에너지회사를 둘러싼 부패 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3년째 계속되는 가운데 2014년 대선 비자금도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2014년 대선 비자금 문제는 호세프 전 대통령뿐 아니라 당시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테메르 대통령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가 여전히 사상 최악의 침체 국면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연금·노동·조세 개혁은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2018년 대선은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이 끝나고 민주화된 이후 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는 노동자당 소속 룰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좌파 성향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좌파 재집권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룰라는 최근 들어 과감한 행보로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중 연설을 통해 차기 대선에 노동자당 후보로 출마할 뜻을 거듭 밝히는가 하면, ‘국민의 뜻’을 앞세워 테메르 대통령 퇴진과 조기 대선을 주장했다. 이에 맞춰 노동자당은 오는 4월 전당대회에서 룰라를 대선 후보로 추대하겠다고 밝혔다.


룰라의 대선 출마에는 걸림돌도 있다. 연방검찰은 그동안 부패와 돈세탁 등 혐의로 룰라를 5차례 기소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재판에서 부패 혐의가 인정돼 룰라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대선 출마가 막힐 수도 있다.


우파 진영에도 후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 성적표에 따라 테메르 대통령과 엔히키 메이렐리스 재무장관이 단숨에 유력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상파울루 주와 미나스 제라이스 주 등 남동부 지역을 탄탄한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유력 우파 인사들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지지율이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파 후보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룰라의 귀환’이 한동안 무력해진 중남미 좌파의 부활을 부르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미의 니카라과에서는 올해 초 좌파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세 번째 연임 임기를 시작했다. 1980년대 한 차례 대통령을 지낸 것까지 합치면 네 번째 집권이다. 남미의 볼리비아에서는 집권 여당인 좌파 사회주의운동(MAS)이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의 4선 연임 지지를 선언했다. 모랄레스는 50%에 근접하는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대선 출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룰라 효과’가 더해지면 중남미 정치 판도는 다시 한번 크게 흔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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