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입사 신임 편집·보도국장
소통의 리더십 발휘, 새바람 일으킬까

산업·민주화 수혜 첫 세대
사내 개혁 목소리 해결 등
경영진과의 가교역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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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등을 기치로 1990~1991년 입사한 기자들이 편집·보도국장을 꿰차면서 새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뉴스룸 안에 뿌리 깊게 박힌 상명하복식의 낡은 리더십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청산해야 할 적폐로 여기는 시선이 팽배해진 가운데 밑으로부터 올라온 개혁의 목소리를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향후 언론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사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렛대 삼아 개혁을 촉구하는 젊은 기자들의 총의가 모아지면서 소통에 방점이 찍힌 편집·보도국장 인사가 잇달아 단행됐다. 변화의 조짐은 부장단 회의에서부터 일고 있다.


최근 편집국장이 바뀐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전임 편집국장의 경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취임했지만 권위를 앞세워 편집국 내 다른 목소리를 거의 반영하지 않는 등 낡은 리더십 탓에 실망감이 컸다”며 “신임 편집국장도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소통을 강조하는 한편 공포 분위기의 회의를 바꾸겠다는 뜻을 내비췄다”고 말했다.


1990~91년 언론계에 발 딛은 이들은 산업화와 민주화 등의 수혜를 받은 사실상 첫 세대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덕에 한겨레(1988년 5월 창간), 국민일보(1988년 12월 창간), 세계일보(1989년 2월 창간), 문화일보(1991년 11월 창간), SBS(1991년 12월 개국) 등이 잇달아 창간하거나 개국했다. 또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1987년 10월 한국일보를 시작으로 동아일보(1987년 11월), 조선일보(1988년 10월), 한겨레(1988년 12월), 국민일보(1989년 2월) 등에서 노조를 잇달아 출범시키면서 입사와 함께 노조를 경험한 첫 세대이기도 하다.


교내에서 민주화를 쟁취하고 언론계에 입문하자마자 편집권 독립 등을 동시에 경험한 이들에게 ‘소통의 리더십’을 바라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더구나 예전처럼 편집·보도국장이 톱기사 등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을 뿐더러 SNS 등에서 유통되는 기사에 대한 감각은 주니어 기자들이 익숙하기 때문에 뉴스룸 수장의 경륜이 젊은 감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경쟁력인 시대다.


관건은 이들이 경영진과 일선 기자들의 사이에서 어떤 가교 역할을 하느냐다.
지난해 연말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실린 ‘정치 태도와 행위의 세대 간 차이 보고서’(2013년 기준)에 따르면 1955~1959년생의 보수성향은 46.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1970~1974년생의 보수성향은 19.7%로 전 연령대에 걸쳐 가장 낮았다.


이들은 보수적 정치성향 비율이 가장 높은 베이비붐세대인 1955~1959년생 밑에 일을 배우며 손발을 맞춰 왔지만, 뉴스룸 수장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 세대이자 뉴스룸의 허리인 1970~74년생과 함께 혁신의 온기를 아래 기자들까지 느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이들의 과제인 셈이다.


정치권력, 경제권력 등 외풍을 어떤 방식으로 풀지도 또 다른 과제다. 또 다른 언론사 노조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특정 정파나 인물을 비호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뉴스룸 내부에 암암리에 내재됐던 ‘블랙리스트’가 사라지고 있는 반면 경제권력에 대한 것은 국장의 의지로만 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가 이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한 편집국장은 “편집국장 혼자서 이슈를 일방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시대는 저물었기 때문에 기자들과 매일 소통을 하고 있다”며 “기자로서 긍지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편집국장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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