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추는 지상파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나홀로 두각
'PD수첩' '2580'등 존재감 없어
시청자 신뢰 회복 급선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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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뿐만 아니라 ‘PD수첩’이라는 가치가 떨어진 건 사실이에요. 내부적으로 열심히 해보려고 해도 시청자들이 외면해버린 상태라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거죠.”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과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검사와 스폰서 등을 보도하며 주목을 받아온 PD수첩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0일 시청률은 5%대. 전성관 PD수첩의 PD는 “(팀원들이) 힘들어하고 안타까워한다. 파업 이후 제작을 할 수 있는 PD가 빠져나가고, 인사상의 불이익이라는 MBC 전체 상황과 맞물리며 자기검열과 같은 부분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이 시청률 부진을 겪고 있다. 종편의 시사토크쇼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으로의 제보 쏠림 현상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호찬 MBC 민실위 간사와 전성관 MBC PD수첩 PD는 “보도 정상화를 통한 시청자들의 신뢰 회복이 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시사매거진 2580’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내부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후발 주자로 뛰어들며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호찬 MBC 민실위 간사는 “최순실과 관련한 보도는 3~4번 정도 다뤘다. 위에서는 ‘풀어줬는데도 못하냐’라고 하는데, 이미 JTBC 등에서 훑고 간 상태에서 새로운 거 찾아내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우리의 역량 부족 문제도 있겠지만, 이미 MBC 자체 신뢰가 떨어진 상태서 어떻게 특종을 할 수 있겠나”고 토로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이 이슈 선점에 안간힘이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90년대 초반 20%대를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이며 MBC 간판 시사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던 2580은 최근 5~6%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KBS의 추적 60분과 취재파일 K, 시사기획 창 또한 5%대의 시청률로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근혜-최순실 이슈를 연이어 파헤치며 14%대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외하고는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의 위축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MBC ‘PD수첩’

“파업 이후 PD들이 대량 해고를 당하거나 비제작부서로 인사발령 돼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경험이 부족한 인력으로 채워지거나, 한 사람이 오랫동안 한 프로그램을 맡게 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됐다고 할까요. 뚝심 있고 굵직한 아이템을 소화하지 못하고 무게감이 떨어지면서 국민과 멀어지게 된 거라 생각해요.”(전성관 MBC PD수첩 PD)


“첨예한 시사를 다루면 성역 없이 취재가 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데스킹 과정에서 쳐내면서 이도저도 아닌 아이템이 되는 거죠. 자연스럽게 ‘이렇게 해서 이상하게 나가느니 차라리 다른 아이템을 찾겠다’가 되는 거에요. 시사에서 멀어지고 권력에 부담스럽지 않은 쪽으로 쏠리는 경향, 바로 이게 무너지는 과정인거죠.”(이호찬 MBC 민실위 간사)


▲‘시사매거진 2580’

이 간사는 “제보가 한쪽으로 몰리는 게 아닌가 싶은 정도로 (제보의) 양이 줄었고 질도 달라졌다. 보도가 위축되면서 신뢰가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제보도 하지 않게 된 것”이라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종합편성채널의 선전도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의 침체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청률 5~6%대를 보이고 있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꾸준히 이슈를 천착하며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토크쇼 형식의 시사프로그램인 JTBC ‘썰전’은 최근 7~8%의 시청률로 주목받고 있으며 TV조선의 ‘강적들’과 채널A의 ‘외부자들’도 4% 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전 PD는 “지상파를 통칭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종편의 경우 중계식으로 이슈를 계속 끌어가고 있고, 취재인력도 집중 배치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지상파가) 순발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이 생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 PD는 “언론도 공범이란 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적어도 정윤회 사건 때 끝까지 파헤쳤다면 지금의 최순실은 없었을 것”이라며 “팩트 확인을 기본으로 가되, 세상의 흐름과 트렌드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간사도 “결국 보도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며 “경영진과 일선 제작진이 혼연일체가 되지 않으면 탐사를 해서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위에서부터의 적극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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