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기본으로 돌아가자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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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붉은 해가 솟았다. 1000만을 넘긴 촛불은 거리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특권과 반칙을 몰아내자는 함성이 거리를 메웠다. 공정하고 원칙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광장에 넘쳤다. 박정희-박근혜로 이어진 구태에 몸서리친 시민들은 새로운 사회를 꿈꾸기 시작했다. 언론도 촛불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오늘 우리는 ‘저널리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언론회복 운동을 시작한다. 권력의 감시자가 아니라 언론 스스로 권력으로 군림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반성문이다. 저널리즘 회복은 기자 바로서기다. 기자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기자 10명 중 6명이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암울한 자화상이다.


2017년 한국 언론은 저널리즘의 기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은 진실 추구다. 사실을 진실되게 보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실에 관한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아직 세월호 참사 진상은 규명되지 않았고, 박근혜 게이트의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퍼즐을 맞추기 위한 보도들이 줄을 잇지만 여전히 목마르다. 박 대통령이 새해 첫날 기자들을 불러놓고 국정농단 의혹을 ‘왜곡과 오보’라고 해명했지만, 그 근거는 대지 못했다. 언론보도를 마치 삼류소설인 양 치부했지만, 국정을 막장 드라마로 만든 주인공은 박 대통령 자신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생활을 엿보고 싶지 않다. 속 시원하게 진실을 밝혀달라는 것뿐이다. 세월호 7시간동안 대통령으로서 직무에 충실했는지 묻는 것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할 때 대통령이 왜 바로잡지 못했는지 책임을 묻는 것이다. 대통령이 변명을 계속하는 한, 언론의 진실 보도는 멈출 수 없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 확인이다. 정파적 입장에서 취재원을 취사선택하고, 공정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사실과 의견을 분리해야 한다. 올해는 탄핵 여부에 따라 대선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전쟁이 예고된다. 이념이 객관적 보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적 과제는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갑질과 금수저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 적폐들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젊은이들이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고, 당당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발로 뛰며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권력에 대한 감시다. 불행히도 ‘감시견’ 역할을 팽개친 언론을 우리는 매일 접하고 있다. 바로 공영방송이다. 권력을 감시하는 대신 권력과 한 몸이 되려고 안달하는 해바라기 언론인이 사장을 꿰차고 있다. 그 권세로 내부의 건전한 비판을 틀어막고 있다. 결국 국민들은 공영방송을 외면했다. 시청률은 곤두박질쳤다. 부끄러움은 기자들의 짐으로 남았다. 자본권력 감시도 빼놓을 수 없다. 기자 60%가 ‘언론이 저널리즘과 멀어진 가장 큰 이유’로 “광고주 편향”을 뽑았다. 미디어의 위기가 곧 생존의 위기로 내몰린 언론이 당면한 현실이다. 기업들은 광고를 빌미로 불리한 기사를 빼라는 압력을 행사한다. 몇 차례 압박을 당한 기자들은 자기검열을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자본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다. 독자들이 언론을 감시해야 한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거창하지 않다. 양심에 거리낌 없이 보도하면 된다.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면 된다. 원칙을 실천하면 된다. 우리가 오늘 ‘저널리즘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은 언론이 기본을 너무 쉽게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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