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실패'로 변종 AI 확산

제315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 / KBS청주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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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청주 이정훈 기자

대재앙의 시작은 이랬다. 11월17일 충북 음성 등에서 H5N6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치사율은 60%를 넘었다. 살처분되는 가축이 늘어날수록 농민들의 한숨도 커졌다. 취재 중 AI 확진판정을 받은 한 오리 농장의 주인이 갑자기 카메라를 부순다며 달려온 적도 있었다.


한 달쯤 되자 살처분된 오리와 닭이 2000만 마리에 이르렀다. 오리와 닭의 씨가 마를 지경이다. 정부는 뒤늦게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올렸다. 하지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AI를 날카롭게 감시하는 언론은 없었다. 취재팀은 AI의 실체를 추적하기 위해 끈질기게 취재했다. 결국 정부의 ‘방역 실패’로 변종 AI가 확산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고발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과 차단 방역 실패로 ‘골든 타임’을 놓친 것이 화를 키웠다. 정부는 탄핵 정국을 맞아 재난 컨트롤타워로서 무기력했다. 그 책임을 철새와 농가의 탓으로 돌렸다. 방역 실패로 2개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나왔고 변이도 컸다.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위기관리는 메르스 때처럼 낙제점이었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도 같은 AI가 발생했지만 결과는 너무 달랐다. 지난해 구제역이 확산됐을 때 ‘항체형성률 100%’인 농가에서 구제역이 잇따랐다. ‘물백신’ 의혹과 정부의 허술한 방역 실태 등을 고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장 직위 해제 등 무더기 징계와 방역 대책 개선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구제역과 AI는 제1종 법정 가축 전염병이다. 하지만 정부의 소통 부재와 정보의 독점은 여전하다. 의혹은 꼬리를 물고 불신이 쌓여갔다. 구제역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고 AI의 기세도 무섭다. 의미 있는 상을 받지만 마음이 무겁다. 근성을 가지고 끝장을 보기 위해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그들의 깊은 분노와 절망을 잊지 않고 더욱 매서운 감시견의 역할을 즐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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