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영상비전 '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보도사진 백미 '호평'

제31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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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민일보 ‘제주해녀 미래성장 동력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선정 이끌어


광화문의 촛불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국기문란 사태에 대한 분노의 표출일 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하고 방조해온 언론의 반성을 촉구하는 준엄한 질책이기도 하다. 정권 눈치 보기에 급급해 기본적인 책무조차 외면하고 방기했던 언론이야말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등 비선세력의 국정농단을 밝혀내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냈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 작업이 생략된 채 무분별한 보도 경쟁, 과도한 취재 경쟁이 이어지면서 정작 본질은 흐려지는 듯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정농단·국기문란의 총체적 실상, 국정농단 부역자들의 면면과 역할,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의 공고한 카르텔 구조를 보다 일목요연하게 파헤치는 치밀하고 정교한 취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제315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4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JTBC의 ‘세월호 VIP 보고서 단독 입수’ 보도와 TV조선의 ‘김기춘·청와대, 언론·사법·문화계 등 통제(김영한 비망록)’ 보도는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세월호 사건에 이르기까지 어떤 인식과 지침을 바탕으로 움직였는지 청와대 내부의 내밀한 의사결정 과정을 적나라하게 국민 앞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JTBC는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집에서 ‘세월호 보고서’를, TV조선은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각각 입수·보도하는 과정에서 TV조선과 JTBC 간의 취재 경쟁이 고소·고발 등 언론의 상궤를 넘는 수준까지 과열된 점은 ‘옥에 티’로 지목됐다.


MBN ‘“부회장 물러나야 CJ산다”…청와대, 대기업 오너도 교체’ 보도는 박근혜 정부가 민간기업의 경영과 인사까지 좌지우지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육성 녹음 파일의 폭로 덕분에 국민은 청와대라고 하는 권부의 민낯을 똑똑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매일경제신문의 ‘박근혜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7명 독대’ 보도는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일일이 독대해 재단 출연 관련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중요한 보도로 평가됐다. 특히 이들 보도로 인해 국회 청문회에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직접 질의가 이뤄졌고 검찰이 뇌물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는 토대가 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기업 편향적인 제목과 편집으로 인해 특종 보도의 진가를 훼손한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경제보도부문 수상작 한겨레신문의 ‘삼성물산 합병 과정서 외압 및 대가성 의혹’ 보도는 KBS 등의 선행보도가 있었고 국민연금 회의록 역시 이미 보도됐던 내용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과정에서 최순실과 이재용, 삼성그룹의 정유라 지원 등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을 다각적으로 끈질기게 보도함으로써 검찰 수사의 방향을 바꾼 점은 전적으로 한겨레의 공이라 할 만하다. 국민연금과 삼성그룹 간의 커넥션, 삼성의 비정상적인 그룹 승계과정을 보다 명백히 밝혀줄 특종 보도들이 이어지길 바란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 수상한 KBS청주의 ‘방역 실패로 변종 AI 확산’ 보도는 최순실 사태 와중에 언론의 무관심 속에 무차별적으로 확산된 AI 사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되돌렸다. 시간차를 두고 모든 언론이 AI 보도에 나섰으나 KBS청주가 AI 변종 가능성을 제일 먼저 제기하고 확인했다는 점이 남다른 평가를 받았다. KBS창원의 ‘낙동강 오·폐수 불법 배출 사건’ 추적 보도는 오·폐수 단속 주체인 창원시가 오히려 오·폐수 불법 배출을 방치하고 주도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수상작인 제민일보 ‘대하기획 인류무형유산 제주잠(해)녀-제주해녀 미래성장동력으로’는 지역언론으로서 보기 드물게 10년에 걸친 장기 기획을 통해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선정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상찬을 받았다. 과거 문헌과 해외 사례 등을 꼼꼼하게 취재해 제주 해녀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해냄으로써 일본 잠녀를 제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역언론 본연의 역할에 가장 충실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전문보도부문 수상작인 조선영상비전의 ‘팔짱끼고 웃으며 조사받는 우병우 전 수석’은 단 한 장의 사진이 백 마디 말보다 낫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보도사진의 백미였다. 몇 시간 동안이나 잠복하면서 검사들 앞에서 팔짱 끼고 여유롭게 웃는 우 전 수석의 오만한 모습을 잡아냄으로써 전 국민적 분노를 촉발하고 검찰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심사에서는 JTBC의 ‘박근혜-최순실 의료 의혹’, 세계일보의 ‘권력 서열 1위 최순실 연속보도’, KBS의 ‘정유라 입시비리’ 등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많았으나,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모든 언론이 경쟁과 협력 속에 저널리즘의 본령을 회복해가는 듯한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권력의 서슬이 퍼렇게 살아있을 때도 국민의 편에서 워치독(Watch Dog)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언론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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