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8일, ‘인디펜던트’는 영국 하원의 교육위원회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브렉시트의 결과가 영국 대학들을 “낭떠러지로 몰고 있다”고 보도했다. 교육위원회가 직접 교육계 190여개 단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과반수가 브렉시트 결과가 영국 대학에 경제적 손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유럽연합과의 협상이 시작되는 내년 3월을 기점으로 영국의 전체 교육시스템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최고의 명문대인 캠브리지 대학은 교육위원회 측에 브렉시트 이후 유럽지역으로부터의 지원률이 14 퍼센트나 감소하였다고 대학 내부의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그동안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자국민과 비슷한 수준의 학비를 냈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는 두배에서 세배에 이르는 학비를 내야 한다. 결국 이번 지원율 감소에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은 학생수 급감 뿐 아니라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연구 지원이 끊기는 문제도 대학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부총장이 공개적으로 유럽연합으로부터 그동안 제공받아 온 연구비 지원 중 상당수가 이미 중단되었다고 밝히며, 대학의 국제적인 지위가 추락할 위기에 놓였다고 성토했다. 현재까지 하원의 교육위원회가 파악한 브렉시트로 인한 교육 분야의 경제적 손실 규모는 3억 9000만 파운드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는 교육계 우려에 대응하기는커녕 엉뚱한 말로 화를 돋우고 있다. 지난달 18일 브렉시트 결과와 보수당 내각을 규탄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집회가 열리자 영국의 주요 일간지들은 교육계의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영국 주요 대학들로부터 온 교수와 학생, 1만 5000명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메이 총리의 반응은 “교수와 학생을 정치적 논쟁에서 인질로 잡지 말라”는 코멘트가 전부였다.
외국인학생수 감소, 유럽연합의 연구지원 중단, 교육 인력의 이탈. 브렉시트 협상이 채 시작하기도 전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이 세가지 변화가 야기할 문제는 단순히 영국 대학의 순위 추락이나 파산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영국이 연구중심의 교육 풍토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 전 지역과 자유로운 학문적 교류를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가 다니는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센터의 경우에도 해마다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마우치오 라자라토와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이 프랑스, 이탈리아로부터 당일치기 특강을 해왔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이들의 방문이 가능할까? 유럽연합 출신의 교수진이 떠난 자리는 누가 채울 것인가?
영국의 대학이 이미 우려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아직까지도 심각성을 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유럽(으로 대표되는 세계) 아카데미아로부터의 고립, 불가피한 교육 전반의 질 저하.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이들은 대영제국이라는 환상의 덫, 브렉시트에 놓인 상아탑에 외따로 떨어질 자국민 학생들일 것이다.
김지현 골드스미스 런던대 문화연구 박사과정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