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문 삭제하면 언론자유 침해 가능성"

<언론중재법 개정안 토론회>
침해배제 청구권 명문화 법안
댓글 중재대상 포함도 논란
언론단체 개정안 반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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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삭제 청구권(침해배제 청구권)이 들어가 있는 한 입법처나 언론중재위원회(중재위)로선 억울하겠지만 이 법안이 시민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차단시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6일 언론중재위와 새누리당 곽상도 의원이 주최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진단 : 새로운 언론피해구제제도 도입을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2008년 이후 시민들 머리 속엔 정치권과 정부가 지속적으로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려고 해왔던 시도가 기억돼 있다”면서 “침해배제 청구권이 삭제 청구권으로 이해되는 한 건설적인 조항도 오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곽 의원을 대표로 권성동·유승민 등 새누리당 의원 10인이 지난 10월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중재법 개정안)’의 공청회 성격을 띠는 자리였다. 중재위는 약 1년 전 해당 법안의 시안을 공개하며 입법 움직임을 보이다 ‘표현의 자유’ 위축우려를 드러낸 언론사·시민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주춤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온라인 기사 및 링크·카페 등의 복제기사·댓글의 삭제 등을 중재위가 처리토록 하고 있다. SNS나 신생 미디어의 게시글도 중재 대상이 된다.


▲언론중재위원회와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진단:새로운 언론피해구제제도 도입을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안’ 토론회가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중재위는 ‘법원판결 등으로 위법성이 확인된 언론보도 등에 한정해 피해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 교수의 지적대로 이날 토론회의 주요 쟁점은 ‘침해배제 청구권’이었다. ‘침해배제 청구권’은 인터넷 상 언론보도로 명예훼손 등 인격권 등의 침해를 받고 있는 이가 언론사를 대상으로 기사 원문의 삭제나 수정 또는 보완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권오근 중재위 운영본부장은 이날 제1주제발표에서 중재위가 심의나 검열을 위한 행정기구가 아니라 양당사자의 조정기구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현행 언론중재법은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언론피해 양상 역시 새로워져 기존 구제방법은 효율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권 본부장은 침해배제 청구권과 관련해 “실형을 받은 사실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수감 중 무죄판결을 받았다면 원 보도를 보완해 무죄판결 받은 사실을 덧붙이자는 취지”라며 “언론의 자유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자유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제도의 보완 개정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문소영 서울신문 사회2부장은 ‘침해배제 청구권’을 ‘기사삭제 청구권’으로 명명하며 도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문 부장은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 등의 사례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는 데 오래 걸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법안이 “청와대 등 정치권력과 부당한 공권력을 비호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부장은 “민간인의 피해 사례를 들어 얘기하지만 현업 기자들이 닥치는 문제는 권력에서 온다. 민간인의 피해 발생 시 당사자 간 이미 활발히 기사 삭제 등이 이뤄지며 책임감을 갖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NS 등을 포함하는 ‘유사 뉴스서비스 전자간행물’과 ‘댓글’이 중재대상에 포함되는 데 대해서는 도입 필요성을 밝히는 다수 의견과 ‘이미 여러 규제가 과도한 상황’이라는 입장이 충돌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댓글을 일종의 미디어 활동으로 보는 데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거 같다. 다만 전제조건이 붙어야 한다”면서 “원 기사의 허위라는 게 법원판결을 통해 명백해야 하고 그로 인해 현저하고 중대하게 타인의 인격을 침해할 경우에 한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현재 언론보도가 아닌 댓글은 방심위가 망법에 의해 규제하고 있는데 임시조치나 삭제가 심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중재위가) 조정대상으로 삼으면 댓글에 언론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실을 고려하되 피해도 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 3단체는 “언론사 기사는 사실과 일치하는 보도, 오보, 정정, 반론 기사 모두 역사적 기록물로 보존돼야 한다”며 “언론중재위원회 판단에 따라 언론사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 원본 기사를 수정·삭제하도록 한 것은 언론 자유와 알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6일 밝혔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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