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에 분노하는 브라질…탄핵정국 재개 가능성

[글로벌 리포트 | 남미]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브라질 사회가 부패에 분노하고 있다. 검찰 주도로 마련된 반부패 법안에 개입하려는 정치권의 시도에 시민사회가 들끓고 있다. 급기야 대통령 탄핵이 또다시 거론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2014년 초부터 사법당국의 부패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와 데우탄 달라뇨우 연방검사가 이끄는 수사팀은 국영에너지회사를 둘러싼 각종 권력형 비리를 들춰내고 있다. 국영에너지회사 전직 임원과 대형 건설업체 CEO들, 뇌물을 받은 주요 정당 인사들이 줄줄이 체포됐다.


브라질 국민은 부패수사에 열광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부패수사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96%에 달했다.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부패수사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이 90%를 넘었다. 상당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이번 기회에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반부패 법안의 내용을 놓고 정치권과 사법부·검찰이 충돌하고 있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속한 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을 비롯한 정치권은 부패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고 비자금 조성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판사·검사를 권한남용 이유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하려고 시도했다. 이에 대해 사법부와 검찰은 부패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달라뇨우 검사는 정치권이 반부패 법안에 손을 대면 부패수사팀이 전원 사퇴하겠다고 맞섰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부패 법안을 ‘개악’하면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하며 사법부와 검찰에 힘을 실었다.


반부패 법안 수정 시도는 좌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의 빌미가 됐던 부패 문제가 현 집권당인 브라질민주운동당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당 소속인 하원의장과 전직 리우데자네이루 주지사가 부패 혐의로 체포됐고, 상원의장은 공금유용 혐의로 기소되면서 낙마 위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테메르 대통령은 측근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좌파 사회주의자유당(PSOL)이 하원에서 테메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한 데 이어 사회단체들이 테메르 대통령 탄핵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제 성적표는 기대를 밑돌고 있다. 부패 스캔들과 직권남용 의혹 등으로 각료가 6명이나 사퇴한 것도 테메르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다.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쫓겨난 지 3개월여 만에 또다시 탄핵정국이 조성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테메르 정권이 흔들리는 데 맞춰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 사상 첫 흑인 대법원장을 지냈고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조아킹 바르보자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호세프 탄핵을 ‘쇼’에 비유했다. ‘의회 쿠데타’라는 비난을 받는 호세프 탄핵이 브라질을 (정권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바나나 공화국’으로 되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확산하는 사실을 들어 테메르 대통령이 2018년 12월 31일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했다.


지난 8월 말 호세프 탄핵이 확정될 당시를 전후해 브라질 지식인 사회에서는 “부패한 자들이 자신들의 부패를 합리화하고 처벌받지 않기 위해 호세프를 탄핵한 것”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12월 들어 부패 척결과 반부패법을 지지하는 시위가 주요 도시로 번지고 있다. 브라질 사회는 올해 부패 문제로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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