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어뷰징, 최순실 제목장사까지

과열경쟁 우려 목소리
선정적 보도 고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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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언론이 지나친 보도경쟁으로 사안의 본질과 동떨어진 선정적 기사,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로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언론의 이 같은 보도행태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 국정농단, 정경유착 등인데도 본질에서 벗어나 자극적이거나 지엽적 문제에 매달리는 보도가 눈에 띄게 많아져서다. 여기에 합리적 정황이나 근거 없이 이번 게이트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전언을 통한 의혹 수준의 보도들도 넘쳐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언론사 간 경쟁을 통한 상승효과보다는 과열경쟁 보도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해야 할 상황. 실제로 △무늬만 단독인 온라인 기사 △아니면 말고 라는 식의 의혹제기 기사 △주변인의 전언을 통한 받아쓰기 기사 △본질과 동떨어진 기사 △선정적 기사 등 그간 언론계 안팎에서 지적받던 보도행태가 범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트래픽 등을 위해 이번 사안과 별개인 기사 제목에다 최순실 등 핵심 관계자들의 이름을 붙이는 기사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우리 언론이 최순실을 가지고 ‘제목 장사’를 하는 셈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보도경쟁이 과열양상을 띠면서 자극적이거나 지엽적 문제에 매달리는 보도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언론문화포럼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는 이제 권력의 비리를 파헤치는 긍정적 측면보다 과열경쟁 보도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할 상황”이라며 “비리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근거나 정황, 합리적 추론도 없이 함부로 의혹을 제기하는 섣부른 보도, 일부 연예인을 최순실과 안다는 사실만으로 비리의 당사자인 양 보도하는 명예 훼손적 보도, 청와대 비아그라 구매 같은 선정적 보도 등이 넘쳐 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 전국민적 관심사인터라 언론사 간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속보경쟁 역시 피하기 어려운 여건임에도 이런 보도행태는 지양돼야 한다는 게 언론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물론 이번 게이트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전에도 믿기 힘든 여러 의혹이 언론보도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의혹 제기에 따른 합리적 정황이나 추론 없는 보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언론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반론권’을 적극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악용한 보도라는 것이다.


예컨대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전 남편 신모씨와 관련, ‘폰팔이’ ‘나이트클럽 호객꾼’이라는 보도와 “공익근무 중 정유라와 독일에서 신혼생활을 즐겼다”라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신씨는 지난 5일 채널A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 여러 소문과 병역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조만간 입대 계획과 함께 현역 입영 통지서를 공개했다.


이 때문에 신씨와 관련된 보도는 언론계 안팎에서 우려하는 부분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가 해명과 달리 호객꾼이었더라도 이번 게이트의 본질에서 동떨어진 사안이고 개인 사생활일 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론이 정치권이나 검찰이 다루지 못한 ‘살아있는 권력’의 부끄러운 민낯을 낱낱이 파헤치면서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있는 상황이 이런 보도 탓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을 두려워하지 않은 권력이 파국을 맞듯이 국민들을 생각하지 않는 언론 또한 이런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로부터 갈채를 받고 있지만,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박수는 언제든 지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게 언론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은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때처럼 사건의 본질보다 본류에서 벗어나 말초적인 부분에 언론이 너무 매몰돼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더라도 합리적 정황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알고 있는 것’과 ‘쓰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소모성 ‘제로섬 게임’ 탓에 언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또다시 놓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언론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언론진흥재단 김선호 박사는 “이번 국면에서 언론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은 이유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보도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합리적 단서가 없는 의혹보도와 이번 게이트에 연루된 인물 간 치정 관계를 다룬 선정적 기사가 많아지고 있는데 사생활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언론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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