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끝까지 파헤치고 보도하라"

[외신기자들이 바라본 '최순실 게이트' 보도]
촛불집회 성과 자랑스러워해야
대통령 거취 걸려 외신들 관심
언론 취재경쟁 집회 열기 동력

  • 페이스북
  • 트위치

분노한 시민들이 들어 올린 수많은 촛불은 외신기자들의 눈에도 경이로웠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열린 5차례의 촛불집회 현장에서 외신기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거대한 촛불의 행진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외신기자들은 “시위 규모에 놀랐다”면서 “여러 방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독특한 집회였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프랑스 RFI의 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 기자는 “너무나 평화롭고 잘 조직된 집회였다”고 평했다. 그는 “매우 친밀하고 축제 같은 분위기였다. 경찰과의 충돌이나 어떤 폭력도 없었다”면서 “이번 집회를 통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생기가 넘치고 강한지 알았다. 한국인들은 그들이 이룬 성과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스페인 EFE통신의 아타왈파 어메라이즈 페르난데스 기자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은 처음 봤다”면서 “국가원수에 대항하는 대중의 분노를 한국인들이 아주 효율적인 방식으로 나타냈다”고 말했다.


▲외신기자들은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 현장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사진은 촛불집회를 보도하고 있는 미국 CNN 방송.

대만 CNA통신의 양첸시앙 기자는 “사람들이 차와 손난로를 나눠 주는 등 동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고 집회가 끝난 후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 또한 감명 깊었다”면서 “대만에서도 몇 년 전 천수이볜 총통이 비리를 저지르고 그의 아들이 해외 돈 세탁을 주도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했다.


외신기자들은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집회 현장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며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들은 전 세계 수많은 시청자와 독자들이 한국의 촛불집회를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한 방송사 기자는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는 계속 데모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촛불집회를 놀랍게 바라보는 분위기”라면서 “잘 정돈된, 평화로운 집회가 열린다는 것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CCTV의 촛불집회 보도.

미국 뉴욕타임스의 최상훈 한국특파원은 “한국 대통령의 거취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관심이 많다”면서 “특히 최순실이라는 존재, 최순실 가문과 박근혜 가문의 오랜 관계, 종교적인 배경 등 스캔들 자체가 특이한 요소를 많이 갖고 있어 더욱 그렇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이런 스캔들을 밝히려 했던 사람들을 억압했던 과정도 미국에서는 심각한 뉴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기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기까지 한국 언론이 기여한 노력들을 높게 평가했다. 중국 CCTV의 루싱하이 지국장은 “이번만큼 수많은 언론이 참여해 매일 같이 특종을 터뜨린 적이 없는 것 같다”면서 “그런 노력이 국민들로 하여금 집회에 더 많이 참석하게 하는 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터키 해직언론인이자 하베르코레 편집장인 알파고 시나씨 기자도 “한국 언론이 지금 신뢰를 회복하는 중인 것 같다”면서 “지난 집회에서 ‘JTBC 만세’라는 스티커를 봤다”고 말했다.


▲외신 기자들의 취재 열기를 담은 채널A 보도.

일본 교도통신의 아와쿠라 요시카츠 서울지국장은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 한국 언론은 정부의 눈치를 많이 봤던 것 같다. 이명박 정권 이후 언론 장악 기도도 성공한 상태라고 보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언론이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고 취재 경쟁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한국 언론은 능력이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외신기자들은 이번 게이트와 관련해 한국 언론과 기자들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 기자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은 민주주의의 기둥”이라면서 “한국 기자들이 이번 스캔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란 PRESS TV의 프랭크 스미스 기자도 “계속하라(KEEP ON IT)”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자들의 탐사 보도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한국 기자들이 모든 부패를 파헤치고 다닐 때 한국은 더 좋은 나라로 변할 것이다. 기자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보도해야 한다”고 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