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쁜 취재현장의 휴식

[그 기자의 '좋아요'] 김정하 중부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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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중부매일 기자

시인 김수영의 ‘달나라의 장난’


김수영 시인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은 그의 대표 작품 ‘풀’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의 작품은 따로 있다. 바로 ‘달나라의 장난’이다. 1959년에 발표된 그의 첫 시집의 대표작품이자, 도시민으로 사는 삶을 돌아본 작품이다.


화자가 여관에 묵고 있을 때 한 아이가 팽이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을 쓴 이야기다. 화자는 아이가 돌린 팽이를 보며 온갖 세상살이와 분리된다. 작품에선 ‘도회 안에서 쫓겨 다니는 듯이 사는 나의 일이며 어느 소설보다도 신기로운 나의 생활이며 모두 다 내던지고…중략…지금 팽이가 도는 것을 본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팽이가 멈춘 뒤에 다시 또 아이가 팽이를 돌려주길 원한다.


이제 4년 차로 갓 초년 기자의 티를 벗은 나는 여전히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다. 매일 특종에 목말라하고 새로운 것, 신선한 것, 남들이 모르는 것을 찾기 위해 온종일 뛰어다닌다. 취재 계획이 없는 날이면 몸이 닳고, 안절부절못하기 일쑤다. 그러다 작지만 혼자 알게 된 정보라도 있으면 심장이 쿵쾅거린다.


그렇게 뜨거운 하루를 살고 늦은 밤 취한 몸을 이끌고 침대 위에 몸을 누이면 천장이 뱅뱅 돈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럴 때면 가끔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돈다’라는 구절이 반복되는 이 시가 생각이 난다.


문득 내 삶을 잠시 멈춰두고 사람들을 본다. 창문으로, 텔레비전으로, 길거리에서 타인의 삶을 관찰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사람, 뛰는 사람, 걷는 사람, 새벽까지 달리는 차들, 하늘 위에는 비행기가 날아가고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는 연일 끊이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의 삶을 보다 보면 나 역시 팽이를 뚫어지게 보던 김수영이 된다.


시라는 것은 묘하다. 그동안 기자로서 리드, 본문, 마무리, 박스기사, 기획기사, 르포, 리포트, 단신, 인터뷰 등 논리라는 그물로 짜여 있는 고정적 틀 안에 갇혀 있던 내게 잠시나마 휴식을 준다. 시는 경계가 없다. 시는 나에게는 해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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