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보도 못한 YTN 기자들 "우리가 얼마나 한심한가"

은폐·축소 보도본부장 사퇴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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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호랑이 같은 기자들을 애완견으로 순치시켜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연합TV0.7~0.8% 시청률 놓고 싸우는 동안 JTBC는 차별화된 단독 보도로 공중파를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었다. 우리가 얼마나 한심하냐.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보도국 기자)

 

“YTN에서 공정방송은 단지 가치가 아니라 생존이다. 뉴스 하는 회사에서 뉴스를 저버리면 먹고 살 게 없다. 경쟁력 사라져서 국민들도 외면하는 회사를 주주들이 왜 갖고 있겠나. 이번 기회 놓치면 영영 기회 안 올 수 있다. 꼭 다시 일어서야 한다.”(영상취재부 기자)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취재에는 성역이 없으니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하라는 분위기여야 한다. 그런데 YTN에서는 뭔가 부담을 갖는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최순실 특별취재팀도 검열될까 걱정이다. 취재한 것들을 다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정치부 기자)

 

이런 식으로 망가지고 영향력도 없는 언론사 되면 누가 YTN을 응원하겠나. 그동안 뉴스 액세서리 늘리고 편성 시간 바꾸는 실험 해봤지만 대체 무슨 효과 있었나. 24시간 뉴스채널답게 언론의 본령인 권력 비판에 충실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경제부 기자)

 

▲지난 27일 오후 7시부터 3시간동안 진행된 YTN 사원총회.

JTBC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이 최순실 게이트 특종을 연이어 쏟아내며 YTN 내부에서는 그간의 축소·방관의 보도를 주도해온 간부들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자협회와 카메라기자협회, 보도영상인협회, 기술인협회 등 4개 직능단체와 노동조합이 이날 저녁 7시부터 3시간동안 진행한 사원 총회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그간의 보도행태를 규탄하고 대책을 마련하자는 결의안이 나왔다. 사원총회에는 강흥식 보도국장과 강성웅 편집부국장 등 보도국 간부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120여명의 사원들은 보도책임자들의 반성과 사퇴를 요구했다. YTN의 한 기자는 지난 9월부터 최순실 사건이 터져나왔는데도 본격적으로 이슈화한 이달 21일까지 의혹으로만 간주하고 축소·은폐해 초기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 보도책임자들의 반성과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상수종 보도본부장뿐만 아니라 김종균 정치부장의 경우 지난 2014년 청와대 출입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매력적인 대통령으로 지칭해 찬양 보도 논란을 빚은 바 있어 사퇴 요구의 목소리가 거세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오후 7시부터 3시간동안 진행된 YTN 사원총회. 박진수 YTN 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또 성역 없는 보도와 최순실 게이트 진실규명을 위해 기자협회장의 긴급발제권제도화와 돌발영상 프로그램 부활등도 제기됐다. 박진수 YTN 노조위원장은 아이템 발제를 기자협회장이 기동력 있게 보도국장과 논의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경제부 기자는 만약 최순실 태블릿PCYTN 기자가 구해왔다면 보도할 수 있었겠나. 청와대, 정부 여당, 삼성, 현대차 등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YTN도 참여정부 때 정권 비판하고 거대기업 비판한 돌발영상이 전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 없어진지 7년이 넘었는데 왜 부활되지 못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신문고와 같은 상시 이슈팀이 도입돼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신문고팀 내부에서도 이 시국에 다른 아이템을 기획하는 건 말이 안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위원장은 특별취재팀은 현재 법조 출입기자를 제외하면 5여명에 불과하다. 인력 보강이 시급하다취재와 영상, 그래픽, 편집 인력이 잘 갖춰진 국민신문고팀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부의 한 기자도 축구에서 공수전환하는 빌드업이 제대로 되려면 공격력을 강화해야 한다. 법조팀은 속보에 대응하면서 방어를 맡고, 특별취재팀은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강흥식 보도국장은 28일 우리가 선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서 충실히 보도를 하려고 한다특별취재팀을 가동한 상태고, 여기에 인력 충원이 필요해 보인다는 사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오늘(28) 취재기자 1명과 촬영 기자 3명도 (특취팀에) 보강했다고 전했다. 강 보도국장은 기자협회장의 긴급발제권 제도화에 대해서도 앞으로 논의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YTN 본사.

다음은 사원총회의 결의문 내용이다.

 

<결의문>

 

사원총회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축소방관으로 일관한 YTN의 현 상황을 보도 참사로 규정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보도본부장 등 보도 책임자들은 언론 본연의 기능인 감시와 비판을 망각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이에 보도참사의 최종 책임자인 보도본부장을 비롯해 최순실 게이트 진실규명 보도를 이끌 자신이 없는 보도국 간부들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

 

2. 뒤늦게나마 꾸려진 '최순실 게이트 특별취재팀'이 성역 없는 취재와 진실규명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특별취재팀의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충분한 인력을 보강하라.

 

3. 기자들은 자기검열의 족쇄를 잘라내고 부당한 취재지시나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다. 보도해야 할 긴급한 사안이 있을 경우 기자협회장이 회원들의 뜻을 반영해 긴급발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

 

4. 보도국의 민주화를 되찾고 공정방송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 보도국장 임면 방식의 개선을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선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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