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드벨벳 입덕기

[그 기자의 '좋아요'] 김수정 노컷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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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노컷뉴스 기자

[음반] 레드벨벳 ‘THE RED’


어떤 대상을 좋아하면서도 그 사실을 부정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덕후들의 언어로 표현한 말이 바로 ‘입덕 부정기’다. 한 마디로 ‘덕질에 입문했다는 것을 부정하는 시기’를 말한다. 2014년 8월1일 ‘뿌야~’라는 추임새로 시작하는 노래를 들고 나올 때만 해도, 레드벨벳은 내가 좋아하는 그룹과 소속사가 같은 신인 걸그룹 1일 뿐이었다. 낯선 소녀들이 마음 놓고 좋아하는 대상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바로 오늘 소개하려는 ‘THE RED’ 앨범이다.


데뷔 1년을 갓 넘겨 2015년 9월 발표한 ‘THE RED’의 타이틀곡은 ‘Dumb Dumb’이다. ‘덤덤덤덤덤덤’이라는 중독적인 후렴구가 인상적인 이 노래는 각종 음원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청순함 혹은 섹시함으로 양분되는 걸그룹의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알쏭달쏭한 매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도 ‘Dumb Dumb’을 노래하는 레드벨벳만의 특징이다.


하지만 ‘THE RED’의 진짜 미덕은 모든 곡에서 유지되는 ‘고른 완성도’에 있다.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들의 모험이 떠오르는 ‘Huff n Puff’, 사랑하는 대상에게 건네는 발칙한 고백이 돋보이는 ‘Don’t You Wait No More’과 ‘Red Dress’, 베이스와 피아노 사운드를 바탕으로 멤버들의 달콤한 목소리가 얹어진 ‘Day 1’까지 듣는 이를 즐겁게 하는 곡들이 가득하다. ‘Oh Boy’는 또 어떤가. 레드벨벳은 네이버 브이앱에서 선보인 라이브를 통해, 소울풀한 R&B 팝곡도 준수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격렬한 로봇 춤만 잘 추는 것이 아니라.


‘THE RED’는 아이돌 노래가 거기서 거기지, 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청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앨범이다. 그리고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2015년 9월 셋째주 네이버 뮤직 이주의 발견과, 아이돌 전문매체 Idology의 1st Listen에서도 이 앨범을 ‘주목’했다. 속는 셈 치고 한 번 들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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