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최순실 파일' 단독 보도에 대통령 대국민 사과

연설문 등 사전에 받아봐
미르·K스포츠 관련 의혹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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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거론돼 온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 청와대 내부문서를 사전에 받아봤다고 보도하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에게)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을 도움 받은 적이 있다”며 JTBC 보도를 사실로 인정했다.


그간 의혹은 최씨가 대기업들이 774억원을 출연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을 주도했는지와 두 재단의 자금을 최씨의 가족사업에 전용했는지 여부, 딸 정유라씨의 특혜입학 등이었다. 최씨의 국정개입 정황이 구체적인 물증을 바탕으로 드러난 것은 JTBC 보도가 처음이다.


JTBC는 지난 24일 ‘최순실 PC파일 입수…대통령 연설 전 연설문 받았다’ 등 8개의 단독보도를 통해 최씨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JTBC는 리포트에서 ‘최씨가 갖고 있던 연설문 또는 공식발언 형태의 파일은 모두 44개였다’ ‘대선 후보 시절 박 대통령의 유세문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 후 연설문들이 들어있었다’ ‘최씨가 이 문건을 받아 열어본 시점은 대통령이 실제 발언했던 것보다 길게는 사흘이나 앞섰다’고 밝혔다.


▲JTBC가 박근혜 청와대의 비선실세로 거론된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 44건 등 각종 발언자료를 사전에 받아왔다는 보도를 하면서 언론계에선 ‘국정농단’이란 평가가 쏟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이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내용을 사실상 인정했다. 사진은 JTBC뉴스룸 홈페이지.

이날 보도에 따르면 최씨 컴퓨터에는 총 200여건의 파일이 있었다. 여기엔 박 대통령 당선 후 연설문과 ‘말씀자료’ 외에도 대선 후보 당시 유세문과 당선인 소감문까지 들어있었다. 최씨는 이를 박 대통령의 연설 전 파일 형태로 받았고, 국무회의와 청와대 인사 등 민감한 내부 문건까지 사전에 받아왔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2014년 3월28일(한국시간) ‘통일대박론’을 밝힌 ‘드레스덴 연설문’ 역시 하루 전인 27일 최씨 컴퓨터에서 열람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연설문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실제 연설에서 삭제되거나 수정됐다는 점도 공개됐다.


이 같은 보도에 언론계에선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이 쏟아졌다. 25일 경향(1·2면), 동아(1·10면), 서울(1면), 중앙(1·2·5면), 한겨레(1·2면), 한국(1·2면), 조선(2면), 세계(6면) 등 대다수 주요일간지가 JTBC의 보도를 주요 면에 받아썼다. 포털 네이버 등에서 ‘JTBC’와 ‘44건’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25일 오후 3시30분 현재 142개의 관련 보도가 나온다.


▲25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은 이날 주요일간지 중 유일하게 이와 직접 관련된 사설을 냈다. 조선은 이번 사태를 ‘국기 문란’으로 규정하며 “지금 이 나라는 정상적인 사람이 믿을 수 없는 일,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JTBC의 리포트는 그간 언론보도를 통해 줄기차게 거론돼 온 최씨의 국정개입 정황이 ‘PC 하드 드라이브’라는 물증을 통해 제시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7월 TV조선이 물꼬를 튼 이래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언론보도 내용은 크게 3~4가지 흐름으로 분류된다. △청와대의 K스포츠재단·미르재단 거액 모금 개입 등 연루 의혹 보도 △두 재단이 대기업 돈을 끌어모아 최씨 가족사업에 지원한 정황과 운영방식 보도 △최씨와 딸에 대한 각종 특혜 관련 보도 등이다.


▲25일 포털 네이버에서 ‘JTBC’와 ‘44건’을 키워드로 검색한 언론보도 결과.

이런 보도 흐름 근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의혹은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밀접한 관계, 이를 바탕으로 한 최씨의 국정개입 가능성이었다. 특히 최씨 측근인 고영태씨가 지난 19일 JTBC와 인터뷰에서 ‘회장(최순실씨)이 제일 좋아하는 일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의혹은 절정에 이르렀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가 어떻게 밖으로 회자되는지 개탄스럽다”고 부인했지만 JTBC 보도를 사실상 인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JTBC는 보도당일 ‘뉴스룸’ 2부에서 관련 사안의 추가보도를 시사했다. 서복현 기자는 손석희 앵커와 나눈 문답 과정에서 “일단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서 연설문 등을 먼저 보도했다. 이후 추가 취재가 되는대로 또 확인이 되는 내용을 차례로 보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파일’의 입수경위에 대해선 행적을 추적하던 중 최씨 측이 급하게 이사를 가며 건물관리인에게 처분을 맡긴 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PC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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